[세계의 눈/토머스 프리드먼]휘발유값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

  • 입력 2006년 1월 24일 0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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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한 최신 미국 차를 찾아 디트로이트에 갔다가, 대신 ‘스푸트니크(Sputnik)’를 발견했다. 스푸트니크는 1957년 소련이 쏘아올린 작은 위성이다.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는 깜짝 놀라 과학자와 공학자들을 닦달했고 결국 우주경쟁에서 소련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스푸트니크는 지난주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등장했다. 그건 위성이 아니라 자동차로, ‘질리 세단형 7151 CK’라 불린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2008년에 출시될 때 약 1만 달러에 팔릴 예정이다. 중국 자동차 회사 ‘질리’가 만들었다.

그게 뭐 대수냐고요? 막 발사된 또 다른 스푸트니크가 있다. 이란이다. 이란은 미국이나 유엔이 뭐라 하건 핵폭탄을 만들려고 한다. 현재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테헤란의 이슬람 학자들은 나머지 세계를 돈으로 매수하거나 무시할 만큼 부유하다. 이 정도로도 걱정이 안 된다고요? 지구를 돌고 있는 조용한 스푸트니크도 있다. 그건 기후변화라고 불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녹아내리는 빙하.

이처럼 이 시대에 미국의 안보와 생활방식을 위협하는, 그래서 미국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단 하나의 스푸트니크가 아니다. 여러 가지 위협이 존재하고 이 위협들은 하나의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우리가 사는 방식, 에너지 특히 기름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위기는 우리 할아버지 시대의 위기보다 훨씬 더 큰 무엇이다.

첫째, 우리는 우리가 에너지 값으로 지불한 돈을 사용하는 이슬람 세력과 전쟁을 하고 있다.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양쪽 모두에 자금을 대고 있는 것이다. 세금은 미군에 가지만 에너지 구매 대금은 급진 이슬람 종교학교인 ‘마드라사’와 테러조직으로 들어간다.

둘째, 세계는 평등해졌고 인도 중국 옛 소련 국가들의 30억 명에 달하는 소비자가 집과 차와 냉장고를 꿈꾸고 있다. 화석 연료의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역사상 어느 시대보다 더 빨리 지구는 더워질 것이다.

셋째, 에너지 절약형 녹색 기술은 21세기의 가장 큰 산업이다. 중국은 이미 이런 산업으로 들어서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그들은 숨도 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녹색 산업을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 일본 유럽이 만든 녹색 자동차를 타고 다니게 될 것인가.

넷째, 계속 기름에 의존한다면 베를린 장벽 붕괴 뒤 확산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흐름을 저해할 수 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면 이란 같은 세계 최악의 정권이 최악의 짓을 저지를 수 있다. 범죄 정권에 배럴당 60달러의 돈이 쏟아져 들어가는 것은 공산주의나 이슬람주의보다 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된다.

네 가지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정한 유가가 어떻게 되건 상관없이 갤런당 3.5달러와 4달러 정도로 높게 주유소 기름값을 고정시키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기름값이 내려가지 않을 것임을 소비자가 알게 된다면 그들은 소비 패턴을 바꿀 것이다. 소비자가 바뀌면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도 바뀔 것이다. 가솔린에 부과된 세금은 그만큼 대체 연료인 태양력과 풍력, 바이오 연료에 경쟁력을 부여하고 그 분야의 기술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가솔린 세를 거부함으로써 미국적 생활방식을 지킨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당장 올해 신년 국정연설부터 시작하지 않는다면 그는 우리 시대의 스푸트니크를 무시한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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