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떠오르는 중국, 도전받는 미국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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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는 9·11테러, 가까이는 이라크전쟁 이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큰 도전을 받고 있다. 미국의 위상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현재와 가까운 장래의 국제 정세를 판단하고 전망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9·11테러는 미국의 권위가 이슬람 세계에서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보여줬다. 9·11테러는 미국의 국가자원과 정력, 주의력을 장기간 붙들어 둠으로써 미국이 지역정치에 집중하거나 잠재 세력의 부상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반(反)테러를 내세운 이라크전쟁은 미 국력의 기본요소인 선진국 간의 정치 군사동맹 체계를 크게 약화시켰다. 또 종전 미국이 가졌던 국제 문제에 대한 도덕적 우위도 실추됐다. 미 국력의 다른 요소인 국내 여론의 응집력과 행정 당국에 대한 지지도 크게 약화됐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에서 대단히 심각한 정치 군사적 어려움에 빠져 있다. 필자는 2003년 4월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합법성을 결여한 무력을 통해 한 국가를 정복하더라도 현지 무장세력의 가시적인 협조를 얻지 못하면 치안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한 장기 점령은 미국이 다른 지역(한반도와 중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관리할 자원과 정력을 심각히 제약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적인 강국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군사적 ‘유연반응’ 능력을 크게 제약받고 있다.

특히 2004년 미 대통령선거 기간 미국 내 여론은 대외정책 분야에서 심각하게 분열됐다. 정부의 대외정책과 국가 안전전략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와해됨으로써 정책 추진력이 크게 떨어졌다. 그런 뜻에서 현재 미국의 대외정책은 취약한 상황에 몰려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최근 2년간 미국에서는 대외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04년 7·8월호 포린어페어스에 게재된 ‘현재 진행 중인 세계적인 세력 전이(轉移)’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으로 아시아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으며 커진 경제력을 정치 군사력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다소 일반적인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집권 직후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는 새로운 아시아’라는 글을 실었다. 지난 4년간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대폭 축소됐으며 변화의 원동력은 중국의 경제성장이라는 지적이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의 부상은 미국의 국제 위상에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은 고도 경제성장으로 지난 10년간 경제총량이 2배 이상 커졌고 대외무역의 규모와 지리적 분포도 신속히 확대되고 있다. 또 강화된 경제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지역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중국과 미국 간에 점차적인 세력 전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앞으로도 계속 국내 정치사회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지속하고 군사력을 현대화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에서 미국과의 역량 격차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특히 대만과 한반도 문제, 중-일 갈등 등 세 가지 문제를 잘 처리할 수 있다면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중국은 대만과 한반도 문제 처리 능력이 종전에 비해 현저히 강화됐다. 다만 중-일 문제 처리 능력은 시험받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이들 문제는 중국의 미래와 미국의 국제적 위상, 국제 정치구조를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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