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포 묘지엔 올해도…코냑 한병 장미 세송이

  • 입력 2006년 1월 2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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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여 저의 불쌍한 영혼을 도우소서(Lord, help my poor soul).”

1849년 10월 7일 일요일 새벽. 미국의 천재적 작가 겸 시인 에드거 앨런 포가 숨을 거두며 남긴 ‘피맺힌 절규’가 아직 이승을 맴돌기 때문일까.

포의 생일(1월 19일)이 되면 그의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웨스트민스터 묘지 곁에 코냑 한 병과 장미 세 송이를 남겨 놓고 가는 사람이 있다.

미스터리 속 그는 ‘포 건배자(The Poe Toaster)’로만 불릴 뿐이다.

코냑과 장미를 남기는 이유도 미스터리. 다만 세 송이의 장미는 포와 함께 합장된 13세 연하의 어린 아내 겸 사촌 버지니아 포와 장모 마리아 클렘을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1947년부터 계속된 이 비밀스러운 방문은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지 언론들은 방문객을 직접 보기 위해 올해도 수십 명의 구경꾼이 몰려 묘지 관계자들이 제재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40세로 절명한 포. 그의 알코올 중독과 우울증은 어린 신부가 먼저 세상을 뜬 뒤 더욱 심화됐다.

“그래서 나는 밤새도록/내 사랑, 내 사랑, 내 생명, 내 신부의 곁에 눕는답니다/그곳 바닷가 무덤/파도 철썩이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 속에서(포의 시 ‘애너벨 리’ 중에서)”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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