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도시정책 선진국 독일]<下>탄탄한 지역문화 인프라

  • 입력 2006년 1월 11일 03시 04분


눈 덮인 바이에른 주 오버아머가우 마을의 한 건물 앞에 올해의 오페라 공연 일정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오버아머가우(독일)=신수정 기자
눈 덮인 바이에른 주 오버아머가우 마을의 한 건물 앞에 올해의 오페라 공연 일정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오버아머가우(독일)=신수정 기자
독일은 자동차, 기계, 맥주로 유명하지만 독일을 잘 아는 사람들은 클래식, 책 박람회 등 높은 수준의 문화가 이 나라의 자랑이라고 말한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소도시에서도 지역만의 특색이 살아있는 문화가 잘 발달됐다. 함부르크, 뒤셀도르프, 만하임, 드레스덴에는 유명한 오페라 극장이 있고, 지역별로도 바그너, 헨델, 모차르트, 슈트라우스를 기리는 음악제가 매년 열린다. 문화마을 조성을 올해 주요 역점 사업으로 삼고 있는 서울시에도 많은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인구 5000명을 조금 웃도는 작은 마을에서 1년 내내 카르멘, 나부코 등의 오페라 공연과 크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이 ‘대단한 마을’을 직접 찾아가 봤다.

△마을극장에서 수준 높은 오페라 공연=지난달 28일 독일 바이에른 주(州) 오버아머가우. 뮌헨에서 1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간 뒤 다시 산악열차를 이용해 40여 분 가야 나오는 이 마을은 완전히 눈에 덮여 있었다.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겨울 휴양지답게 스키와 크로스컨트리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댔다.

이 마을엔 10년마다 열리는 ‘그리스도 수난극(Passion Plays)’ 전용극장이 있다. 지붕 위에 십자가가 달려 있는 극장에선 수난극이 열리지 않을 땐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

벌써 마을 곳곳엔 내년에 열릴 오페라의 내용과 일정이 적힌 표지판이 여러 개 세워졌다. 7∼9월 라트라비아타, 나부코, 카르멘 공연이 열리고 나머지 기간엔 크고 작은 클래식 공연이 이어진다.

수난극이 열릴 땐 마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한다. 2000년 열린 수난극에선 마을 사람들의 절반에 육박하는 200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1633년부터 시작된 이 마을의 수난극 공연은 1년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날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목각공예는 국내외에서도 유명=마을의 중심 도르프 거리엔 전통 공예품인 목각인형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수난극처럼 목각공예의 역사도 오래됐다. 17세기 초반부터 시작된 목각공예의 수준은 독일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직접 목각 공예를 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공방(工房)엔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다. 관광객 한스 발도프(37) 씨는 “내가 살고 있는 베를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오버아머가우엔 문화시설이 잘 구축돼 있다”고 말했다.

오버아머가우(독일)〓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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