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일 않고 빈둥빈둥 노는 젊은층 90만명 육박

  • 입력 2005년 12월 3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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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정강이를 갉아먹는다.’

장성한 뒤에도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 살아가는 것을 꼬집는 일본어 표현이다.

한창 일하고 공부해야 할 나이에 학교에도 직장에도 안 나가면서 빈둥거리는 ‘백수층’이 일본 부모들과 정부의 애를 태우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하는 청년무직자는 2001년까지 40만 명대에 머물러 왔으나 2002년 64만 명으로 크게 늘어난 뒤 3년째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내각부가 집계하는 니트족은 1992년 66만8000명에서 1997년 71만6000명, 2002년에 84만7000명으로 급증해 왔다.

니트(NEET)족이란 영어의 ‘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에서 따온 말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15∼34세의 젊은 층 가운데 학업도 집안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니트족과 청년무직자는 통계의 모집단 구성에 약간 차이가 있을 뿐 일자리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같다. 둘 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실업자’인 셈.

백수층이 늘어나면서 서점가에는 ‘초보 니트’ ‘니트 지원 매뉴얼’ ‘니트 탈출 투자전략’ ‘내 아이를 니트에서 구하는 책’ ‘아이가 니트가 됐다면’ 등 니트족과 그들의 애타는 부모를 위한 서적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증권회사 계약직에서 최연소 중의원의원에 당선된 뒤 의원 품위를 손상하는 언동으로 자민당 지도부에 혼이 났던 스기무라 다이조(杉村太藏·26) 의원이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니트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의 벼락출세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니트족과 젊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하지만 이처럼 ‘니트족 현상’ 덕에 실속을 챙기는 층은 극히 일부. 일본의 노동시장에는 심각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예상보다 2년이나 빨리 인구 자연감소 시대에 접어드는 등 노동력 부족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9일자 기사에서 일본은 고령화가 급진전하는 가운데 미국과 달리 노동력 충당을 위한 이민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노동연령, 특히 젊은 층을 일에 총동원해야 할 처지라고 분석했다.

신문은 일본이 고도로 숙련된 부지런한 노동력을 가장 귀중한 자원으로 간주해 왔기 때문에 니트족 현상은 더 큰 충격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니트 전문 경제학자 가도쿠라 다카시 씨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에는 니트족이 12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면서 “노동시장 참가에 실패하는 층이 늘어나면서 2010∼2020년 중 연평균 성장률을 0.5%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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