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워치]佛공무원 ‘철밥통’ 깨지나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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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경찰청에 볼일이 있는 민원인들은 책이나 신문을 챙겨 들고 간다.

운전면허증 갱신 같은 간단한 업무 하나를 처리하는 데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비슷하다.

게다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의 태도는 고압적이기 짝이 없다. 민원인의 급한 사정을 고려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해 주는 공무원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공무원이라고 하면 프랑스 사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프랑스 공무원 사회가 이처럼 ‘서비스 마인드가 없다’는 비난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해고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짧은 근무시간에도 불구하고 월급은 민간 기업과 비슷하다. 이처럼 방만한 공무원 조직을 향해 프랑스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도미니크 드빌팽 총리는 최근 “공공부문 근로자도 민간부문처럼 일하는 풍토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했다.

1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드빌팽 총리는 “우체국은 일주일 중 하루는 오후 8시까지 문을 열어야 하고 공공기관들은 토요일에도 일을 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예까지 제시했다.

또한 조직 축소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공무원 수를 줄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직장인 5명 가운데 1명이 공무원이라는 현실이 프랑스의 재정 적자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무원 사회의 반응이 아직 드러나진 않지만 강성으로 유명한 공무원 노동조합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공무원 노조는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앞세워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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