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권력, 美수입업체-中가전업체 판매대금 갈등에 개입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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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드림’을 꿈꾸며 불나비처럼 중국에 뛰어든 해외 기업과 투자자들이 고배를 마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의 법제와 투자여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이나 리스크’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일자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법제를 다루는 시리즈를 통해 이 문제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국내의 법과 현실’을 다룬 9월 21일자 첫회에 이어 2회째인 이번 순서에서 기업 간의 채권,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권력이 직접 나선 케이스를 소개했다.

▽화려한 출발=1990년 말 DVD 플레이어를 미국 시장에 값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 나선 중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지(53) 씨는 2001년 쓰촨(四川) 성 찬양(綿陽) 시에 있는 창훙(長虹)전기유한공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소니의 DVD 플레이어가 대당 400달러(약 42만 원)에 팔리던 시절이었다. 지 씨의 미국 기업 아펙스가 창훙에 주문해 만든 DVD 플레이어는 대당 59달러(약 6만 원)로 월마트 등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아펙스의 매출도 2002년 10억 달러(약 1조423억 원)에서 2003년 20억 달러(약 2조846억 원)로 껑충 뛰었다. 창훙도 중국 최대 가전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예기치 못한 파국=2003년 창훙은 아펙스가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창훙은 아펙스에 4억7000만 달러(약 4899억 원)를 갚으라고 요구했고 아펙스는 미납 대금이 1억5000만 달러(약 1563억 원)를 넘지 않는다고 맞섰다.

2004년 10월 지 씨는 다른 일로 선전(深(수,천))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창훙 측에 연락해 묵은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지 씨는 밤새 800km를 달려온 쓰촨 성 사복 경찰에게 붙잡혔다. 지 씨는 창훙의 영빈관에 감금된 채 창훙 측 사장에게서 아펙스의 지분을 내놓으라는 협박을 받았다.

▽에필로그=창훙은 지난해 12월 아펙스 본사가 있는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계류된 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창훙 측 변호사가 지 씨를 감금하는 데 가담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는 동안 아펙스의 매출은 크게 떨어졌고 성장 신화도 함께 무너져 내렸다. 지 씨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청두(成都)를 벗어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창훙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도움으로 10억 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받았다. ‘사기꾼인 지 씨를 잘 처리해 중국 기업의 이익을 지켜냈다’는 칭찬까지 덤으로 받았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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