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시아파 공격말라” 알카에다 편지 진위논란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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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지도자가 아닌 일반 신도들에 대한 공격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일부 작전은 자위(自衛) 차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든 작전이 그랬는가? 미국과의 투쟁 전선 외에 또 다른 전선을 만드는 게 과연 현명한 결정인가?”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11일 이라크 헌법안 국민투표를 나흘 앞두고 인터넷에 아랍어와 영어 번역문을 함께 올린 이른바 ‘알 카에다 편지’의 일부다. 알 카에다의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지휘관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에게 보낸 편지를 미국이 이라크 내 대테러작전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미 정보기관이 진짜라고 ‘보증’했다.

편지는 “미국을 몰아내고 이슬람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이슬람교 대중의 지원”이라며 알 자르카위가 형제 이슬람교도인 시아파 교도를 공격하거나 인질로 삼는 것은 알 카에다를 대중에게서 고립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 편지가 공개된 뒤 미국 내 중동 전문가들은 ‘알 카에다 내부의 분열’을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제임스 필립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은 “알 자르카위는 카리스마와 섬세한 정치력을 갖춘 오사마 빈 라덴이나 알 자와히리와는 전혀 다른 폭력 전과자 출신일 뿐이다. 다만 이라크 내에 그만 한 인물이 없어 지역사령관으로 임명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화제는 곧바로 편지의 진위(眞僞) 논란으로 이어졌다. 14일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조직이 인터넷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상상력으로 만든 가짜”라고 반박했고, 일부 중동 전문가들도 미 정보기관의 ‘진짜 보증’에 의문을 제기했다.

주안 콜 미시간대 교수는 개인 블로그에서 “이 편지는 예언자 마호메트의 손자 후세인을 시아파에서 칼리프를 가리키는 ‘이맘’이라고 칭하는 등 시아파가 쓴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많다”며 이라크 국민투표를 앞둔 미국의 고단수 심리전의 일환이거나 이란 또는 이라크 시아파 세력이 위조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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