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지진참사]두살배기 이틀반만에 극적 구조

  • 입력 2005년 10월 12일 03시 08분


“살아있었구나”지진이 강타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 밑에 갇혀 있던 두 살배기 여자아이(점선)가 참사 이틀 만인 10일 구조돼 한 여성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뉴스
“살아있었구나”
지진이 강타한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 밑에 갇혀 있던 두 살배기 여자아이(점선)가 참사 이틀 만인 10일 구조돼 한 여성 구조대원의 품에 안겨 있다. 이슬라마바드=AP 연합뉴스
“집집마다 2구, 3구, 4∼5구의 시신이 나온다. 시신들은 썩어 가는데 구조를 맡은 군인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지진 발생 3일째인 11일 한 파키스탄 군인은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수도인 무자파라바드의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외신과 현지 언론들은 산사태와 악천후 속에서 고립된 이 지역이 폭도와 전염병의 위험까지 겹치면서 위태로운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카펫 가게가 무너지면서 어머니와 두 형제가 깔려 생사를 모른다는 나임 아바시 씨는 AFP통신 기자에게 “구조가 필요한데 아무도 오지 않는다. 군인도 다 죽었나”라며 절망적인 심경을 표시했다. 재난의 충격이 사라지자 이처럼 파키스탄 정부의 무능력이 이재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굶주림을 이기지 못한 주민들은 주유소에 들어가 연료로 쓸 기름을 훔치고 경찰서를 습격해 식량, 텐트 등 구호품을 털어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구조 구호활동 지연과 정부의 무능력한 대처로 인해 심지어 구호품을 실은 군용 트럭까지 공격하는 이재민들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하수도 기능이 마비되고 시신들이 부패하는 가운데 질병 위험도 심각하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이날 무자파라바드가 토양과 식수 오염 등으로 심각한 질병 재난 앞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구조활동은 한동안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산사태로 인해 막힌 도로가 뚫려 구조장비가 도착한 이후 구조 활동이 시작되면서 극적 구출 소식이 잇따랐다. 이슬라마바드에서는 붕괴된 지 62시간이 지난 10층짜리 건물에서 두 살배기 여자아이와 그 엄마가 구출됐다.

이날 샤우카트 아지즈 파키스탄 총리는 확인된 사망자만 2만248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데일리타임스는 “비공식적으로는 5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고위 관리는 구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잠무 카슈미르 산악지대에서 2000명의 원주민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유윤종 기자 gusta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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