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드라마 왕국’ NBC 공화당 벤치마킹

  • 입력 2005년 9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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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인 남동생 부부를 위해 대리모로서 남동생과의 사이에서 세 쌍둥이를 낳는 누나, 결혼 후 아들을 낳았지만 아내가 동성애자로 돌변하는 바람에 이혼한 남자, 여장(女裝) 밤무대 가수인 아버지를 두고 늘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닌지 의심하는 아들….

2003년 종영까지 시청률 1위를 수년간 지켰고, 한국에도 소개돼 인기를 끈 미국 NBC 방송의 시트콤 ‘프렌드(friends)’의 몇몇 삽화에서 ‘온전한 가족’의 자리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특징은 1990년대 이후 NBC를 드라마 왕국으로 만들어 놓은 사인펠드, 프레이저 등 뉴욕 맨해튼의 도시남녀를 소재로 그린 작품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그러던 NBC는 23일 첫 방송을 내보낸 리얼리티 드라마 ‘세 가지 소원(Three Wishes)’을 통해 ‘이게 NBC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의 대변신을 꾀했다. 뉴욕타임스는 16일자에서 “NBC가 기독교 신자와 농촌 보수층을 겨냥한 공화당의 대통령선거 운동 방식을 따랐다”고 풀이했다.

실험의 이유는? 우선 2년째 계속되는 흥행 부진 탈피다. 보수층의 상대적 소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들의 구매력을 탐내는 광고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이 드라마는 매주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극본 없이 보여 준다. 첫회에선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의 수술비 돕기, 양아버지에게 사랑 표시하기, 고교 운동장 확보하기라는 ‘소원’이 이뤄졌다.

프로그램에는 미국 방송사 제작진이 느끼는 정치사회적 변화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쇼 호스트인 에이미 그랜트는 대표적인 록 스타일 복음성가 가수다. 대표작 ‘만세 반석(Rock of Ages)’ 등을 포함해 음반 2500만 장을 판매했다.

NBC는 1회분을 담은 DVD 7000장을 목사 신부 등 종교 지도자에게 배포해 교회를 중심으로 한 입소문을 노렸다. 이 DVD에서 그랜트는 “이 작품은 행동으로 보여 주는 신앙”이라고 말한다. 금요일 오후 9시로 잡힌 방송 시간도 눈길을 끈다. 집 밖에서 주말 밤을 즐길 시청자가 아니라 일찍 귀가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보수층을 겨냥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의 최신작 및 최대 인기시트콤 비교
세 가지 소원(Three Wishes)프로그램프렌드(Friends)
에이미 그랜트(복음성가 가수) 등쇼 호스트없음
이름 없는 소녀, 학생, 소방대원주요 출연자 직업요리사, 연구원, TV배우, 마사지사…
미국 50개 주의 중소도시.가족의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공화당의 표밭프로그램 배경뉴욕 맨해튼.자유분방하면서 개인의 선택자율권을 옹호하는 민주당의 지지 강세 지역
보통 사람의 가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소망 성취기프로그램 소재사랑 웃음 결혼 동성연애
금요일 오후 9∼10시방송시간대목요일 오후 8시∼8시 반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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