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6자회담 주역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 협상 노하우 분석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4분


북한을 상대로 ‘핵무기 포기’라는 말을 이끌어 낸 크리스토퍼 힐(사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협상 철학이 미국 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냉철함과 열정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가 따라다닌다며 그의 협상 스타일을 소개했다.

힐 차관보는 “알고 보면 그렇게 나쁜 사람도 없고, 그렇게 좋은 사람도 없다”는 말을 즐겨 쓴다. 그가 협상 테이블에서 가급적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사안을 분석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습성은 이런 믿음에서 나왔다.

힐 차관보는 “나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협상 상대방에게 목표 달성을 하도록 해 주는 방안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의 협상 노하우다.

보드윈대를 갓 졸업한 1973년 아프리카 카메룬에서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마을금고의 회계장부를 감사해 주던 시절의 경험은 ‘협상가 힐’을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21세였던 힐 차관보는 지역 신용조합 간부들이 조합 돈을 무려 60%나 착복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마을 주민을 모아놓고 열변을 토하며 지도부 전면 개편을 역설했다. 큰 박수로 환영을 받았지만, 곧바로 치러진 선거에서 ‘똑같은 사람들’이 다시 뽑히는 것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는 “간부들은 부족 전체의 이해관계의 합성물이었고, 따라서 조합 운영의 잘잘못은 중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어떤 일에든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며, 그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내가 꼭 바꿀 수 있다고 자신하지는 말라.” 당시 그는 이런 교훈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고 한다.

신문은 힐 차관보가 때로는 본국 정부가 보내는 ‘훈령의 한계’를 넘어서기도 하고, 훈령 내용을 ‘창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힐의 협상철학 : “내 이익에 맞도록 협상 상대도 목표 이루게 해줘야” “어떤 일에든 이유가 있다… 내가 바꿀수 있다고 자신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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