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 쓰나미 덮친듯 쑥대밭…도심 80% 잠겨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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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허리케인.’ 미국 CNN방송은 남부 지역 일대를 할퀴고 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이렇게 불렀다.

미 언론은 카트리나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고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미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자연재해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31일 보도했다.

루이지애나를 비롯한 4개 주의 수백만 가구가 아직도 정전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특히 남부 지역의 유명한 관광도시인 인구 48만 명의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의 최대 피해 지역. 정상 수준으로 복구하려면 3, 4개월은 걸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제3세계로 변한 뉴올리언스=카트리나가 상륙할 때만 해도 뉴올리언스를 살짝 비켜가 최악의 상황은 모면한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피난 갔던 주민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모습을 드러낸 뉴올리언스는 약 80%가 물에 잠긴 폐허였다. ‘미국판 쓰나미’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

상당수의 집이 아직도 물에 잠겨 있고 도시 전체에 전기가 끊어졌으며 휴대전화조차 불통이다. 수심이 깊은 곳은 6m나 된다.

언론들은 이 지역 상가들이 모두 물에 잠기거나 파괴돼 생활필수품도 구할 수 없으며 악취가 진동해 도시 전체가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전했다.

구조대원들은 수상보트 등을 이용해 생존자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물 위에 떠다니는 시신들은 ‘무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의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본격적인 복구 활동이 이뤄지는 데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심 약탈 행위=뉴올리언스 도심에서는 상점에 들어가 생필품과 보석류 등을 노략질하는 사례도 목격됐다.

CNN은 도심에서 약탈자들이 가게 철제문을 열고 들어가 음료수와 기저귀 등 생필품은 물론 보석류를 털어 달아나는 장면을 방영했다.

AP통신은 일부 약탈자들이 경찰과 주방위군이 지켜보는 상황에서도 노략질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인 피해 실태=뉴올리언스 한인회장을 지낸 전태일 씨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인 주택과 가게가 완전 침수됐으며 거의 모든 교민이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고 전했다.

전 씨에 따르면 교민 밀집 지역인 뉴올리언스 메터리와 케너 지역은 2m 가까이 물에 잠겼고 교민들의 사무실과 가게가 몰려 있는 시가지도 완전 침수됐다는 것.

그는 “교민들은 대부분 배턴루지와 휴스턴 등 인근 도시로 피신했지만 현지에 남은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인명 피해도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뉴올리언스 교민들은 세탁과 미용, 청소 등 자영업에 주로 종사해 왔으며 대피 경보에 따라 대부분 시외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왜 컸나=뉴올리언스는 도심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미시시피 강과 북쪽의 폰트차트레인 호수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도시의 대부분 지역이 해수면보다 5m나 낮은 저지대.

폭우로 강변 제방이 무너지고 정전으로 배수펌프마저 마비되자 도심의 물을 호수로 빼내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호수와 강을 연결하는 17번가(街)의 운하마저 붕괴됨으로써 호수의 물이 도시로 역류해 최악의 상황이 초래됐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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