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참의원 “사랑하는 아내 위해 파벌 버립니다”

  • 입력 2005년 8월 12일 0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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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루호 요스케 의원(오른쪽)과 부인 노다 세이코 의원. 사진 제공 문화일보
쓰루호 요스케 의원(오른쪽)과 부인 노다 세이코 의원. 사진 제공 문화일보
사랑하는 부인을 응원하기 위해 소속 파벌을 버린 국회의원.

일본 집권 자민당의 쓰루호 요스케(鶴保庸介·38) 참의원 의원은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아내가 기후(岐阜) 1구에서 자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채 중의원 의원 선거를 치르는 것을 남편으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소속 파벌 탈퇴를 선언했다.

쓰루호 의원의 부인은 같은 자민당의 노다 세이코(野田聖子·44) 중의원 의원. 우정상을 지냈으며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강행한 우정민영화법안 반대파의 선봉에 서 온 인물이다. 6년의 나이차에, 소속 파벌은 다르지만 두 사람은 금실이 좋기로 유명하다.

▶본보 8월 1일자 A27면 참조

그러나 남편 쓰루호 의원은 8일 참의원 우정민영화 법안 표결 때 부인과 반대편에 섰다. 소속 파벌의 찬성 입장에 따라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두 사람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반대파 의원 37명 전원을 낙선시키기 위해 공천 배제는 물론 이들 의원 선거구에 ‘저격수’를 배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인 노다 의원도 당의 공천은 물론 자금 지원, 조직 후원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입후보해야 할 처지가 됐다. 부인이 이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 선거를 치르게 되자 쓰루호 의원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고이즈미 총리의 ‘반란의원 후원 금지’ 지시를 어기고 반고이즈미파에 속하는 부인을 응원키로 한 것.

쓰루호 의원은 도쿄대 법학부 출신. 자민당 거물로 현재는 야당인 민주당으로 옮긴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의원의 비서를 지내다 정계에 입문했으며 오자와 의원 같은 정계 실력자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가 자민당 소속 파벌 이탈을 선언하자 ‘총선 후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오자와 밑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이력과 무관치 않다.

부인 노다 의원은 1998년 우정상에 발탁돼 일본 정치사상 최연소 각료 기록을 세웠으며 상당수 유권자가 노다 의원을 ‘신데렐라’처럼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여성 총리가 탄생한다면 노다 의원이 1호가 될 것이라는 세평도 있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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