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시리아 지우기’ 첫 삽…종파-종족간 갈등 여전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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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은 야당을 좋아한다19일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반시리아 야당연합인 ‘미래운동’을 지지하는 레바논 소년들이 자동차 위에서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트리폴리〓AP 연합
소년들은 야당을 좋아한다
19일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반시리아 야당연합인 ‘미래운동’을 지지하는 레바논 소년들이 자동차 위에서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트리폴리〓AP 연합
‘시리아 없는 레바논의 미래’를 결정할 레바논 총선거가 19일 끝났다.

1975년 이후 주둔해 온 시리아군이 4월 말 완전 철수해 30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실시된 레바논 총선은 지난달 29일부터 4주간 매주 일요일 지역별로 나뉘어 실시됐다.

이날 북부지역에서 실시된 최종 4단계 투표가 끝난 뒤 반시리아 야당연합인 ‘미래운동’은 20일 “전체 128석 가운데 28석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최소 21석을 확보했다”면서 압승을 주장했다.

12일 실시된 제3단계 투표까지의 결과는 미래운동 44석, 헤즈볼라와 아말 등 친시리아 연합 35석, 기독교 마론파 지도자인 미셸 아운 전 군사령관 지지세력 21석.

2월 말 폭탄테러로 숨진 라피크 알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 사드 알 하리리 씨가 이끄는 미래운동의 주장대로라면 반시리아 진영은 최소 65석을 확보해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1975년 이후 반시리아 진영이 처음으로 의회를 장악하는 것이다.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에 성공한 하리리 씨는 총선이 끝나자 차기 총리 후보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종파와 종족 간 갈등을 넘어 ‘통합 레바논’을 이뤄내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미래운동이 예상과 달리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해 반시리아 진영과 친시리아 진영의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15년간 프랑스 망명생활을 끝내고 5월 초 귀국한 반시리아 전쟁의 영웅인 아운 전 사령관을 끌어안지 못한 것은 큰 부담이다. 아운 전 사령관이 제3단계 투표에서만 헤즈볼라 등 친시리아 진영과 손잡아 21석을 얻어 하리리 진영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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