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찾은 부시 “기자회견이 즐겁다”

  • 입력 2005년 3월 29일 18시 50분


‘부시 대통령의 장난기가 되살아났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재선 이후 ‘본색’을 되찾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아무래도 또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인 듯하다. 부시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마거릿 스펠링스 교육장관은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는 국민에게 진지함과 진실한 정책역량을 보여 주고 싶어 했다. 장난기 어린 사람으로 비치기를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농담의 수위가 올라갔다는 점이다. 그는 21일 콜로라도 주에서 집권 2기의 성패를 건 사회보장 개혁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간담회에서 “앞으로 유권자들이 대통령을 갈아 치우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며 좌중을 웃겼다. 부시 행정부가 이 제도 도입에 얼마나 전력투구하고 있는지를 감안하면 매우 파격적인 농담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또 지난달 벨기에 TV와 인터뷰를 마치면서 젊은 여기자에게 “눈이 참 예쁘다(Great eyes)”고 인사했다. 신문은 “대통령이 인터뷰를 마치는 것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활달한 모습을 되찾은 데는 이라크 총선 이후 중동지역에 불고 있는 민주화 도미노 현상도 한몫 작용했다. 그는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이란에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당근’을 던지는 여유도 보였다.

그의 자신감은 늘어난 단독 기자회견 횟수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월 1회꼴로 백악관 프레스룸에 홀로 섰다. 집권 1기 48개월 동안은 17차례에 불과했다. 타우슨대의 마사 쿠마 교수는 “1950년대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에는 집권 2기에 기자회견을 자주 하는 대통령이 없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집권 2기에 기자회견을 더 자주 하는 아이젠하워 이후 첫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은 “부시 대통령은 매일 새벽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간밤에 벌어진 ‘테러와의 전쟁’ 보고서부터 챙긴다”고 말했다. 행여 부시 대통령이 진지한 고민마저 버린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줄까봐 애써 강조하는 말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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