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日방문 또다시 연기…日 ‘북방섬 돌려받기’ 차질

  • 입력 2005년 3월 28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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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
푸틴 대통령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본 방문 시기가 하반기 또는 내년 이후로 늦춰졌다. 이에 따라 푸틴 대통령을 일본에 불러들여 대(對)러시아 외교의 최대 숙원인 ‘북방 4개 섬’을 한꺼번에 돌려받으려던 일본 정부의 계획은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일본 정부는 대규모 경제협력을 내걸고 러시아 측을 압박하고 있지만 러시아도 ‘2개 섬만 반환’이라는 기존 제안을 철회할 기미가 없어 북방영토를 둘러싼 러-일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푸틴 방일 연기-실망하는 일본=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일본 외상은 27일 집권 자민당 주최로 열린 ‘북방영토 연수회’에서 “푸틴 대통령의 상반기 방일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측이 처음엔 올해 이른 시기에 온다고 했고, 그 다음엔 올해 상반기로 미루더니 이번엔 그것도 곤란하다고 한다”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양국 외상은 여러 차례 전화 접촉을 갖고 푸틴 대통령의 방일 시기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국 러시아 외무장관과 산업에너지장관의 방문 일정만 잡는 데 그쳤다.

이는 러시아 측이 북방 4개 섬 전체의 일괄 반환을 요구하는 일본의 페이스에 말려들 것을 우려해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 러시아가 의욕적으로 준비 중인 ‘제2차 세계대전 승전 60주년 기념행사’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불참 통보를 한 것도 러시아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 영토문제 집착 ‘외톨이’ 되나=일본이 반환을 요구하는 북방영토는 홋카이도(北海道) 북쪽에 있는 하보마이(齒舞), 시코탄(色丹), 구나시리(國後), 에토로후(擇捉) 등 4개 섬. 통상 남쿠릴 열도로 불린다. 총면적은 5036km²로 오키나와 섬의 약 4배. 1945년 8월 28일 소련군이 진주하면서 소련 영토로 편입됐다.

최근 일본 내에서 영토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민당이 22년 만에 ‘북방영토 연수회’를 재개하는 등 반환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일각에서는 한국과는 독도, 중국과는 센카쿠(尖閣) 열도, 러시아와는 북방영토로 마찰을 빚는 상황이 지속되면 국제무대에서의 고립이 심화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도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러시아와 일본의 북방 4개 섬 분쟁 일지▼

△1855년 일본-제정러시아 화친조약 체결, 북방 4개 섬을 일본령으로 인정

△1875년 러-일, 쿠릴열도와 사할린 영 유권 교환

△1905년 일본, 러-일전쟁 승리 후 남부 사할린 강점

△1945년 러시아, 일본 항복하자 북방 4개 섬 점령

△1956년 소-일 공동성명, 소련이 하보마 이와 시코탄 등 2곳 일본에 넘기기로 합의

△200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 2개 섬 우선 인도 시사

△2003년 러-일 공동성명, ‘4개 섬 문제 해결 통한 평화조약 조기 체결’ 합의

△2004년 고이즈미 일본 총리, “4개 섬 일괄 반환돼야 평화조약 체결 가능”

△2005년 러시아 정부, “2개 섬 반환 거 부하면 협상 불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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