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美국무 “美, 모든나라에 혜택 주지 않는다”

  • 입력 2005년 3월 22일 18시 00분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16∼21일 아시아 6개국을 순방하며 던진 메시지들은 그가 2000년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국익의 증진’이란 논문을 떠올리게 한다.

2000년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의 외교정책 기조를 제시한 당시 논문은 라이스 식(式) 외교노선의 ‘코드’를 읽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용기’=라이스 장관은 논문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처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정책이 모든 국가, 모든 이익 집단에 혜택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

빌 클린턴 민주당 정부는 모든 이슈를 임시변통으로 처리해 (국제적) 비난의 소지는 줄였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비용을 많이 지불해야 했다고 라이스 장관은 꼬집었다.

그가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독재 국가에는 민주화 일정을 제시하고, 맹방인 일본에도 통상 압력을 가하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독도 강의’에 대해 냉랭했던 것도 라이스 식 우선순위 외교를 보여주는 단면들이었다고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말했다.

라이스 장관이 독도와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해 침묵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변함없는 중국 견제론=라이스 장관의 2000년 논문과 19일 일본 조치(上智)대 강연에는 5년이란 시차가 있고, 그 사이 9·11테러(2001년)와 2차 북한 핵 위기 발발(2002년) 같은 대형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중국 견제론’은 여전하다.

라이스 장관은 논문에서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다. 중국과의 협력을 촉진해야 하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는 맞서기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9일 연설에서도 그는 “중국의 우려스러운 군비 확장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최강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을 깨지 못하도록 한미 및 한일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5년 세월을 관통하고 있다.

그가 논문과 연설 모두에서 ‘인도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다만 그는 5년 전과 달리, 중국의 긍정적 잠재력에도 주목하고 있음을 이번에 분명히 밝혔다. 중국이 북핵 문제나 대(對)테러전 등에서 중요한 해결사 역할을 할 여지가 많다는 것.

그는 연설에서 “보다 더 긍정적 방향으로 나가도록 중국을 설득하고 이끄는 것이 미국의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2000년 논문과 2005년 연설 비교
2000년 논문

2005년 연설
‘국익의 증진’(포린어페어스 1·2월호)출처일본 조치(上智)대 연설(3월19일)
스탠퍼드대 교수직책국무장관
-경제 개방과 민주주의, 개인 자유의 신장이란 세계적 흐름을 일관되게 증진외교정책기조-더 확실한 안보와 더 많은 기회, 더 큰 자유를 전 세계에 제공
-미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의 유일한 보루이기 때문에 군사력을 잘 보존해야 한다미국의군사력-미군을 현대화하고 강한 군대로 유지해 세계 평화와 안정을 사수해야 한다
-중국은 떠오르는 강국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가 아니라 ‘전략적 경쟁자’
중국-중국은 국제정치의 새로운 요인(new factor)-중국의 군비확장은 우려 대상
-중국과 북한의 도전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 일본과의 협력을 필요하게 한다한미일공조-한미일 3국의 공조는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
-북한과 같은 깡패 정권에는 단호하고 과단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깡패 정권의 위협에는 공포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북한-북한이 주권국가임은 부인하지 않는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다른 선택 고려할 것(21일 베이징 기자회견)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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