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무기력증 대수술”…아난총장 개혁안 윤곽

  • 입력 2005년 3월 2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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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조직과 역할을 시대변화에 맞춰 개선하려는 유엔의 개혁 행보가 빨라졌다.

코피 아난(사진) 유엔 사무총장은 대(對)테러활동 강화와 핵 확산 방지, 저개발국 지원 확대, 부패 척결 등을 담은 유엔 개혁권고안을 마련해 21일 공식 발표한다고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20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 일간 LA타임스는 이날 모두 63쪽에 이르는 아난 총장의 유엔 개혁권고안, 이른바 ‘아난안’(‘더 큰 자유를 위해-만인을 위한 안보와 개발, 인권을 향해’)을 단독 입수해 그 내용을 상세히 다뤘다. LA타임스는 아난 총장이 ‘유엔을 재창조’하려 한다고 전했다.

▽안보와 인권 강화=권고안은 광범위한 대테러 국제협약을 2006년 9월까지 마련하도록 요청했다. 핵무기 확산은 물론 생화학무기의 생산과 사용 금지를 위한 새로운 조치도 촉구했다.

또 무력 사용 시점과 방식 및 선제공격의 제한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 공략을 염두에 둔 조항이다.

권고안은 분쟁이 끝난 지역을 돕기 위해 ‘평화 구축 위원회’를 창설하고 선진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0.7%를 지원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다. 현재 GDP의 0.7%를 담당하는 회원국은 6개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내년에 GDP의 0.18%(220억 달러·약 22조 원)를 낼 계획.

무엇보다 권고안은 또 국제규범상의 인권 기준을 지키지 않은 회원국들에 대해 유엔 인권위원회(UNHRC)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 현재 53개 회원국을 두고 있는 UNHRC는 수단과 리비아 등 인종학살이나 테러 자행 국가들도 참여하고 있다.

LA타임스는 아난 총장이 유엔 총회가 회원국을 직접 선출하는 소규모의 인권위원회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개혁, 제대로 될까=개혁을 주도하는 아난 총장의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점이 유엔 개혁의 앞날을 어둡게 하고 있다. 이라크를 돕기 위한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의 부패와 아난 총장 아들이 아버지의 직위를 이용해 부정을 저질렀다는 논란으로 아난 총장에 대한 사임 압력이 여전하다.

미국의 반발도 큰 걸림돌이 될 전망. 권고안은 “오늘날 아무리 강대한 어느 국가라도 자기 힘만으로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고 미국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대해 진 커크패트릭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을 개혁하든지 아니면 없애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고안이 제대로 실행되려면 9월 유엔 총회 회원국들의 승인과 유엔 정상회의의 동의를 각각 얻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많은 회원국들을 끌어들여 강하게 반대할 수 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유엔 개혁 청사진 요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Want)

-2015년까지 선진국 국내총생산(GDP)의 0.7%를 저개발국에 지원하는 일정표 마련

-최빈국들의 수출 지원을 위해 즉각적인 관세와 할당량(쿼터) 없는 시장 접근방안 제공

▽공포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Fear)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재래식 생물 및 화학무기 금지 협약 완전 준수

-‘대테러 협약’이 2006년 9월까지 성사되도록 구체적인 테러의 정의 도출

-안전보장이사회에 무력 및 선제공격의 기준을 정하는 결의안 채택 요청

▽존엄하게 생활할 자유(Freedom to Live in Dignity)

-회원국의 반(反)인류 범죄와 인종청소에 개입할 근거로 유엔의 ‘보호책임’ 채택

-민주주의를 진척시키려는 국가를 돕기 위한 ‘민주주의 기금’ 창설

▽유엔 조직 강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 확대 방안 합의 도출

-최고 인권 기준을 준수하는 국가들로 인권위원회 구성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무국 운영을 위한 내부감시와 개혁 강화

-안건과 위원회 구조, 토론 절차를 간소화해 총회를 활성화자료: 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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