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키신저 전 장관이 도착한 시간은 당초 약속시간인 오전 10시15분에서 50여분을 넘긴 오전 11시5분경. 이유는 통일부가 경기도 과천청사에 입주한 것으로 착각한 운전사의 실수 탓. 키신저 전 장관은 실례를 사과했고 정 장관은 "전원적인 풍경이 있는 서울의 외곽을 좀더 보여주기 위해 그런 것 같다"며 웃어 넘겼다.
이어 정 장관은 "남북간의 화해협력과 평화번영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는 1972년 중국의 '죽(竹)의 장막'을 걷어낸 당신의 외교적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중 국교수립 당시와 현재 한반도의 상황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내가 중국에서 비밀협상을 벌인 것은 1971년"이라고 바로 잡은 뒤 "미-중 수교가 가능했던 것은 3년간 물밑에서 벌인 비밀협상의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오전 11시 정 장관관의 면담을 위해 통일부 장관 집무실을 찾아 정 장관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애쉬턴 카터 미 하버드대 교수는 "기꺼이 제 자리를 양보한다"며 노학자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 부장관을 역임했던 카터 교수는 "나보다 더 유명한 손님(more distingushed guest)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태원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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