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간복제금지”…법사위서 선언문 채택

  • 입력 2005년 2월 20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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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법사위원회는 18일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총회에서도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치료 목적의 복제 연구를 지지하는 한국과 영국 등은 선언문 채택 직후 “이는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며 치료 목적 복제 연구를 계속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유엔에서 복제 연구 금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지 4년 만에 이뤄진 191개 회원국의 표결 결과는 금지에 대한 찬성이 71표, 반대 35표, 기권 43표로 나타났다.

미국 독일 이탈리아 코스타리카 등이 찬성했고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싱가포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슬람 국가는 ‘선언문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서 기권했다.

이 선언문은 ‘인간복제가 인간의 존엄성 및 생명 보호와 양립할 수 없으며 회원국은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를 금지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표결 직후 찬성표를 던진 미국 등은 “인간생명 존중에 한걸음 더 진전했다”며 ‘승리’를 주장한 뒤 “각 회원국이 이를 지키기를 기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엔 주재 에밀 존스 패리 영국대사는 “의학연구를 금지하려는 데 몰두한 나라들의 비타협적인 태도 때문에 인간복제에 대한 금지선언의 기회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선언문의 단어들이 모호하다”고 주장했으며, 벨기에도 유엔 결정과 관계없이 치료 복제를 계속 추진할 방침임을 밝혔다.

한국 대표단은 “문화나 종교에 따라 생명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에 복제연구 금지의 법제화 여부는 회원국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에서는 2001년 이후 이 문제를 논의해 왔으나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어느 쪽도 대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해 표결을 꺼려 왔다. 작년 11월엔 회원국들이 협약 대신 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타협을 이뤘으나 그 이후 선언문 내용을 놓고 양측이 다시 갈라졌다.

작년 유엔 논의 때는 복제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는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한국 대표단으로 참가해 각국 대표단에 배아 줄기세포 연구 현황을 설명하고 치료 복제 연구가 허용돼야 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뉴욕=홍권희 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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