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일간지가 ‘백지신문’ 낸 이유는

  • 입력 2005년 2월 1일 0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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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가 법원이 거액의 벌금을 선고한 데 항의해 31일자 신문 8개 면 중 5개 면을 백지로 발간했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12월 31일 모스크바 중재법원이 코메르산트의 알파은행에 대한 보도가 오보라며 총 3억2077만4366루블(약 117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판결.

코메르산트는 정확히 판결 한 달 만인 이날 법원의 결정을 비웃듯 백지 신문을 발행했으며 법원의 판결문은 아예 거꾸로 인쇄했다.

특히 알파은행의 소유주인 미하일 프리드만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다정하게 악수하는 사진을 1면에 실어 알파은행이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 정부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러시아에 은행 위기가 닥쳤을 때 코메르산트가 7월 7일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인 알파은행 고객들이 예금 인출을 위해 은행 앞에 길게 줄 서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비롯됐다.

알파은행은 이 보도로 인해 인출 사태가 악화돼 한 주일 동안 2억 달러(약 2051억 원)가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며 1170만 달러(약 12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나 코메르산트는 엄청난 배상 결정에 대해 당국의 “언론 조이기”라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바실리예프 코메르산트 부사장은 “알파은행 소유주인 프리드만 회장이 코메르산트를 파멸시키려는 음모”라고 항의했다.

코메르산트의 소유주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씨는 푸틴 대통령의 압력을 피해 2000년 11월 이후 영국에 망명해 있을 정도로 푸틴 정권의 미움을 사고 있다.

코메르산트는 이날 1면 모퉁이에 백지 신문은 알파은행과 프리드만 회장만을 위한 것이며 2월 1일부터는 정상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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