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DNA검사 살점채취 거부 …한국유가족 20여명 ‘발 동동’

  • 입력 2005년 1월 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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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태국 팡아 주(州) 카오락의 시신안치소. 1500여 구의 시신 위에 1개씩 놓아 둔 드라이아이스에서 나온 김이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시신 부패를 막을 냉동고가 없는 상태여서 임시로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놓은 것.

시신을 안치하는 컨테이너 옆 500평 규모의 공터는 출입금지 구역으로 지정됐다. 사흘 전과는 달라진 광경이다. 안치소 출입은 시신을 확인하는 의료팀으로 한정됐다.

출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가운, 수술용 장갑, 모자, 장화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었다. 시신안치소에서 나올 때는 장화에 묻은 흙먼지를 두 차례 물로 씻어내고 손을 소독약으로 씻었다.

시신이 오래 방치되면서 전염병 발생이 우려되자 태국 정부가 바짝 긴장해 취한 조치들이다.

오후 1시경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팀 DNA 전문가 1명과 경찰청 지문감식팀 1명이 출입금지 선을 통과해 들어갔다. 1일 여권이 발견된 고흥순 씨(41)와 이근순 씨(31)의 시신을 찾기 위해서다.

취재진은 “위험하다”며 출입을 막았다. “전염병에 감염되더라도 태국 정부에 항의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한국 전문가들은 가장 최근에 들어 온 시신부터 살폈다. 조심스레 비닐 지퍼를 내리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패한 시신이 나왔다. 박희찬 경찰청 과학수사과 경사는 “일주일이 지나면서 지문은 모두 사라졌다”며 “이제 DNA로 식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함께 온 DNA 전문가 김이석 법의관이 살점을 채취하려 했다. 하지만 태국 경찰과 의료팀이 완강하게 거부했다. 국가마다 시신을 훼손하면 확인 작업이 더 늦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태국 영자지 방콕 포스트는 3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카오락을 포함한 팡아 주 시신 발굴 작업을 5일까지만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한국 유가족 20여 명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일주일 이상 딸의 흔적을 찾아 카오락을 헤맨 박모 씨는 “딸의 시신을 찾기 전에는 절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여기저기 현장을 뒤진 박 씨의 양팔은 햇볕에 타 벌겋게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카오락(태국)=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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