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해일 대재앙]“여기가 사람이 살던 곳인가”

  • 입력 2005년 1월 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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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1시(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동쪽 메단 시. 공항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구호인력으로 혼잡하기 짝이 없었다.

기자가 타고 온 싱가포르발(發) 비행기에도 싱가포르 불교회 소속 승려와 한국 샴쌍둥이 수술로 유명해진 라파엘 종합병원 의료팀 등이 탑승해 있었다. 그러나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는 수마트라 섬 최북서쪽의 반다아체로 가는 길은 막막했다.

메단에서 반다아체까지는 경비행기로 1시간 거리. 반다아체의 이스칸다르 무다 공항 역시 집을 잃은 난민들과 몰려든 승객들로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뿐이었다.

“이번 피해로 남편과 동생, 자식을 잃었지만 집도 없고 기댈 곳이 없어 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아직도 여진이 있어 하루에도 3, 4번씩 공항 건물이 흔들려 두려움에 떨고 있다.” 현지를 다녀온 ‘한국 국제기아대책’ 기구 관계자들은 하산이라는 이름의 여성(45)이 전하는 얘기를 이렇게 들려줬다.

반다아체 지역에서도 가장 피해가 심하다는 바투아위. 현지에서 운전사로 일하다 빠져나온 우르다미 씨는 “반군들의 지배를 받고 있는 아체 주의 다른 지역과 달리 반다아체는 정부군이 장악해 복구 활동의 진척이 비교적 빠른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나 바투아위 지역에 이르는 곳곳에 썩어가는 시체와 시체를 묻은 구덩이가 널려 있다고 우르다미 씨는 전했다.

바투아위 시내를 양 갈래로 관통하는 크룽라야 강과 크룽다로이 강. 강을 가로지르는 4개의 다리 밑에는 떠내려가다 걸린 시체가 마치 퇴적물처럼 쌓여 있다고 한다.

일가족 3명을 모두 잃은 아크마드 알리 씨(27)는 “모자라나마 구호단체들이 물과 식량을 공급해 2차 비극은 면한 상태지만 부상자들이 몰려들고 있어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반다아체는 정부군의 복구 작업과 미국 호주 한국 등지에서 급파된 구호단체들의 활동으로 그나마 안정을 찾아가는 상태.

서울에서 함께 온 ‘한국 국제기아대책’ 기구의 김선아 간사(28·여)는 “긴급 의료 활동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데다 방역작업이 시작돼 전염병 창궐의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반다아체에서 150km가량 남쪽에 위치한 서쪽 해안도시 믈라보. 도시 건물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주민 생존율이 5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인도네시아 군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항공대가 저공비행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생물이 생존해 있는 흔적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메단=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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