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서 미군에 대한 급유 임무를 수행하던 해상자위대의 함정 3척도 태국 푸껫 해역에 투입됐다. 자위대가 해외의 재해구호 활동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 내에선 ‘굳이 자위대까지 나서야 하는가’라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실종자 수색 및 구조를 내세운 방위청 측의 명분에 밀렸다고 한다. 남아시아 강진을 틈타 슬그머니 자위대의 활동영역을 넓히려 드는 일본 우익의 속셈이 엿보인 듯싶어 씁쓸하다.
▷원조 규모를 보면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실감난다. 당초 1500만 달러 원조를 발표한 미국은 뒤늦게 2000만 달러를 증액해 35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일본을 의식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금액상으로는 경제 대국 1위와 2위의 모양새가 갖춰진 셈이다. 유럽연합(EU)은 ‘3000만 달러+국가별 추가 갹출’을 택했고, 피해 지역과 가까운 호주도 770만 달러로 체면을 지켰다. 도쿄(東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의 대규모 원조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진출 과정에서 지지 세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원조 발표 시기가 늦었을 뿐 아니라 금액도 60만 달러에 불과해 생색조차 내지 못했다. 뒤늦게 200만 달러로 늘렸지만 동남아시아와의 관계를 생각할 때 적합한 수준이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야박하긴 하지만 지원금액 결정에도 국제정치와 국가이익의 논리가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물론 가진 것도 없는 처지에 무리하게 많은 돈을 내놓으면 국제사회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당장 능력이 안 된다면 비어 있는 곳간을 튼실하게 채우는 노력부터 할 일이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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