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알 하킴의 이라크’ 되나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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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 최대 연합정파인 ‘단결 이라크 연맹(UIA)’이 내년 1월 총선의 ‘공천 1번’으로 압둘 아지즈 알 하킴 씨를 결정하면서 이라크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평소 ‘이란을 존경한다’고 말해온 하킴 씨가 정치지도자로 급부상하면서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이라크 총선 개입 가능성이 중동권의 ‘종파 지형’을 재편할 뇌관이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하킴 씨가 시아파 최고성직자인 알 시스타니 씨와는 ‘잠재적 대립관계’인 데다 강경파 지도자인 무크타다 알 사드르 씨와는 적대관계여서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이번 총선에서 분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라크 제헌의회 총선거 운동은 15일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하킴 탄탄대로=이라크 시아파 성직자들은 크게 3개 그룹으로 나뉜다. 시스타니 씨와 시아파 최대 정당인 ‘이라크 이슬람혁명 최고위원회(SCIRI)’의 하킴 의장, 강경파인 알 사드르 씨가 각 그룹을 대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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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타니 씨와 하킴 씨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억눌렸던 시아파의 입지를 이번 총선에서 제자리로 돌려놓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비교적 온건한 반미성향을 보이는 점도 유사하다. 반면 반미 유혈투쟁을 주도했던 사드르 씨는 총선에 참여하지 않는다.

하킴 씨는 UIA가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 분명해 최고지도자의 자리를 사실상 확보했다. 이렇게 되면 하킴 씨의 지위는 시스타니 씨의 권위를 넘볼 수 있다.

하킴 씨와 사드르 씨 두 사람 사이는 적대관계. 하킴 씨는 사드르 진영이 2003년 8월 자신의 형인 모하메드 바키르 알 하킴 씨를 살해한 것으로 믿고 있다. 사드르 씨는 하킴 씨의 온건한 대미국 성향을 놓고 친미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하킴 씨는 시스타니 씨, 사드르 씨와는 달리 공식 성직자는 아니다. 하지만 성직자 복장을 즐겨 입으며 신비감을 풍기는 인물. 자신의 직계 조상이 예언자 모하메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란 개입 앞장=뉴욕타임스는 15일 이란의 이라크 총선 개입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이 들어서 정교일치 체제가 수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킴 씨의 정치기반인 SCIRI는 이란 테헤란에서 출범했고 하킴 씨 자신은 후세인 전 대통령을 피해 이란에서 25년간 머물렀다. 시스타니 씨도 이란에서 태어났다. UIA는 이란으로부터 정치 자문과 자금 지원을 받는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씨가 직접 챙긴다는 설도 있다.

하킴 씨는 겉으로는 성직자의 정부 입각을 반대하고 있지만, 정권을 장악한 뒤 이를 번복해 정교일치의 정치행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란의 이라크 총선 개입에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 등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아파의 이라크 정권 장악이 자국의 소수 시아파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15일 시아파 성지인 이라크 카르발라의 이맘 후세인 사원 근처에서 폭탄이 터져 8명이 숨지고 유력 성직자 등 32명이 다쳤다. 또 영국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하는 이탈리아인 살바토레 산토로 씨(52)가 납치됐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230여개 정당-단체 후보6400명 출사표▼

15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라크 총선은 2005년 1월 30일 전국 9000여 곳의 투표소에서 제헌의원 275명과 18개 주 지방의원, 쿠르드 자치의원을 각각 뽑게 된다. 제헌의회 의석은 전국을 단일 선거구로 묶어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다.

앞서 230여 개의 정당, 단체들이 83개의 연합체를 구성해 공천자를 확정했고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에 명단을 제출했다. 대표적인 연합체는 ‘단결이라크연맹(UIA)’으로 228명의 후보를 냈다. 전체적으로는 6400명의 후보가 등록한 것으로 16일 집계됐다.

이야드 알라위 과도정부 총리도 자신이 이끄는 ‘이라크민족화합당’ 소속과 부족 지도자 등을 묶어 240명을 입후보시켰다. 수니파는 ‘이라크이슬람당(IIP)’과 ‘국민민주당’이 참여를 결정했다.

이 밖에 쿠르드족 양대 세력인 ‘쿠르드민주당’과 ‘쿠르드애국연합’도 ‘쿠르드연맹’을 구성해 165명을 공천했고 북부 소수민족인 투르크멘 족도 275명의 후보를 냈다.

제헌의원들은 2005년 8월 15일까지 헌법을 제정하고 10월 15일까지 이를 국민투표에 회부해야 한다. 새 헌법에 따라 2005년 12월 15일 이전에 총선을 실시하고 2005년 말까지 헌법에 기초한 정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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