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 내주께 재판 재개…총선용 ‘세기의 쇼’ 의혹

  • 입력 2004년 12월 15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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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이르면 다음 주 재개된다. 후세인 전 대통령이 모습을 드러내기는 7월 초 이라크 특별법정 출두 이후 약 5개월 만이다.

후세인 전 대통령은 쿠르드족 대량살상, 쿠웨이트 침공 등 7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다시 법정에 서는 후세인=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과도정부 총리는 14일 “후세인 전 대통령을 포함해 그의 측근 11명 중 일부는 다음주 중에 전범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이라크에 정의가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알라위 총리는 재판에 회부될 전범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전범 재판이 시작되면 ‘케미컬 알리’로 불리는 전 지역사령관 알리 하산 알 마지드 혹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친척인 아트반 이브라힘 알 하산 알 티크리트 전 내무장관이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와 관련해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는 재판은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심문으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14일 전했다.

후세인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 11명은 7월 첫 재판 이후 모두 바그다드 국제공항 인근 미군 기지인 캠프 크로퍼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당국은 이들의 혐의가 워낙 광범위해 아직도 증거 수집을 하고 있다.

특히 후세인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쿠르드족 학살 △1991년 걸프전 직후 반(反)후세인 봉기에 나선 쿠르드족과 시아파 학살 △화학무기가 사용된 이란-이라크 전쟁 △쿠웨이트 침공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따른 쇼?=알 자지라는 이날 이라크 고위 인사를 인용해 “알라위 총리가 내년 1월 30일 총선을 염두에 두고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을 열려고 한다”고 보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재판 재개는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알 자지라는 이날 “특별법정의 판사와 검사는 어떻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지 논의조차 않은 상태이며 증거 확보도 대단히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갑자기 다음 주로 재판 일정을 앞당긴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고 있다.

호샤르 제바리 외무장관은 최근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뒤 가진 회견에서 “이라크 정부는 내년 1월 30일 총선 직후 후세인에 대한 재판을 시작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알라위 총리는 15일 그가 이끄는 ‘이라크 민족화합’의 후보 알리기에 적극 나서는 등 내년 총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들어갔으며 후세인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선거에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알 자지라는 전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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