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셴코 “KGB가 독살기도 배후”

  • 입력 2004년 12월 14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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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재투표를 앞두고 여야 후보 측은 미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인 흑색선전과 상호 비방을 퍼붓고 있다. 무효로 처리된 지난달 투표 직전과 다름없이 혼탁한 상황이다.

재투표 결과가 또다시 백중세로 나온다면 패배한 측의 불복으로 국론이 재분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KGB가 독살 기도 배후”=다이옥신 중독으로 얼굴 피부가 크게 손상된 것으로 밝혀진 야당의 빅토르 유셴코 후보 측은 13일 “이 음모에 옛 소련 비밀경찰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같은 전문가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유셴코 후보의 측근인 올레그 르바추크 의원은 “러시아 기관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개입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으나 사실상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친서방 성향인 유셴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애써 왔다.

다이옥신은 독극물이 아니라 환경호르몬이고 단기간에 효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독살 기도 주장은 무리라는 지적에 대해 유셴코 후보 측은 “음모의 목적이 살해가 아니라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불구로 만들려는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미국 돈 받아 선거 치러”=반면 친러시아 성향의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 측은 “유셴코 후보가 미국으로부터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아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바실리 고발 의원은 “미국이 유셴코 진영에 자금을 댔다는 정보에 대해 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공화당의 론 폴 하원 의원(텍사스 주)은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유셴코 캠프에 자금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1360만∼6500만 달러(약 144억∼687억 원)설이 나돌고 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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