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총선 야당 승리]천수이볜 대만독립 구상 차질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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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민은 ‘독립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11일 실시된 제6대 입법위원(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함에 따라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천 총통의 대만 독립 추진 시간표가 무산된 것은 물론 ‘여소야대’ 정국의 지속으로 앞으로 국정 운영에서 사사건건 야권의 견제를 받게 됐다.

반면 3월 총통선거 패배 후유증으로 무기력증에 빠졌던 야권은 총선 승리를 바탕으로 공동내각 구성을 주장하며 여권을 압박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모습이다.


▽급진 독립 주장에 등 돌려=여권이 예상을 뒤엎고 패배한 것은 천 총통이 선거유세 기간 중 숨쉴 틈 없이 내놓은 독립 관련 주장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위기감을 느낀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천 총통은 총통선거 승리의 결정적 무기로 활용했던 ‘본토화(대만 정체성 찾기)’ 전략의 일환으로 “대만 국호로 유엔에 가입하겠다” “재외공관과 기업 명칭을 중화민국에서 대만으로 고치겠다”고 주장하며 표심을 자극했으나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대만의 한 정치 분석가는 “야권이 뚜렷한 선거 쟁점을 내놓지 못했는데도 승리한 것은 지나치게 급진적인 천 총통의 주장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며 “국민은 입법원(국회)이 천 총통을 견제하는 것이 양안관계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여권의 패인 가운데는 중선거구의 특성을 잘못 이용한 선거전략 착오도 포함된다.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한 선거구에 여러 명의 후보를 내세우는 과욕을 부렸지만 지지표가 분산되면서 지명도가 높은 후보들이 의외로 낙선하는 결과가 빚어졌다.

▽양안관계, 불안한 현상 유지=여권이 총선에서 패배함에 따라 천 총통이 내세웠던 ‘2006년 새 헌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2008년 새 헌법 시행’이라는 독립 시간표는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 선거에서 과반을 넘어서면 국민당 휘장과 비슷한 국가 휘장을 고치겠다던 주장도 실현 불가능하게 됐다.

가장 큰 타격은 대만의 방위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으로부터 첨단무기를 구매하겠다는 계획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는 점이다.

천 총통은 총통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미국에서 디젤 잠수함 8척, 신형 패트리엇-3 미사일 6기, P-3C 대잠수함 초계기 12대 등 총 182억 달러의 무기도입 특별예산안을 입법원에 제출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천 총통은 비록 총선에서 타격을 받기는 했어도 점진적으로 독립 추진정책을 계속 할 것이기 때문에 양안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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