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NHK회장 망신살…PD 제작비 허위청구 사건에 사과방송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45분


코멘트
일본 공영방송 NHK가 잇단 직원 비리로 망신살이 뻗쳤다.

일본 경찰청은 제작비를 착복한 혐의로 고소됐던 이 방송의 전직 프로듀서 이소노 가쓰미(磯野克巳·48) 씨와 한 이벤트회사 사장(48)을 4일 전격 체포했다.

에비사와 가쓰지(海老澤勝二) NHK 회장이 즉각 특별 사과방송을 했으나 시청자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을 기세다.

이소노 씨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벤트회사 사장을 작가로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제작비 270만 엔(약 2700만 원)을 착복해 나눠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NHK는 7월 자체 조사를 통해 제작비 착복 사실을 밝혀낸 뒤 이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소노 씨는 1980년 입사한 뒤 지방을 거쳐 간판 프로그램인 ‘가요홍백전’을 담당해 온 NHK의 대표 PD 중 한 사람이었다. 이벤트회사 사장과는 고교 1년 선후배 사이로 밝혀졌다.

경찰은 수년간 이벤트회사에 건넨 4000만 엔(약 4억 원)의 비용 가운데 2000만 엔(약 2억 원) 정도가 착복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이날 에비사와 회장은 뉴스 시간에 2분 간 출연해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NHK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고 사과한 뒤 재발 방지와 신뢰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원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는 압력에 대해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자 사과방송 후 NHK에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이에 따라 NHK를 미증유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시청료 납부 거부 움직임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NHK에 따르면 엉터리 제작비 청구, 시청료 착복 등 사원 비리가 밝혀진 올해 7월 이후 시청료 납부를 거부한 사례는 11만3000건, 10억 엔(약 100억 원)에 이른다.

노조측은 “시청료 납부 거부는 잇단 불상사 자체보다 회장의 잘못된 대처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만 때문”이라며 회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에비사와 회장은 “최근 수익이 줄어들고 있어 경영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퇴진 요구를 일축해 왔다.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