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파워게임]日-EU “弱달러 못참겠다”

  • 입력 2004년 12월 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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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약세에 대항하기 위한 일본과 유럽연합(EU)의 국제 외환시장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과 EU의 통화당국이 달러 약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제 금융시장에 공동 개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2일 보도했다.

일본과 EU가 미국의 약 달러 정책에 제동을 걸며 ‘시장 개입’ 불사 의지를 보인 것은 달러 약세 현상이 뚜렷해진 9월 이후 처음 나온 대응이다.

앞서 중국도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각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중국이 결정할 문제’라고 반발하면서 오히려 미국을 비난해 환율을 둘러싼 주요국의 파워게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강공 선회 배경=일본과 EU의 금융당국이 논의한 ‘시장 개입’은 자금과 금융시스템을 동원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국제 금융시장의 혼란도 배제할 수 없는 고강도 처방이다.

일본 재무성의 와타나베 히로시 재무관은 1일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지금은 일본과 EU가 공동 행동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달러 가치만 내려가는 상황에서 (일본과 EU가) 함께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달러 약세로 기업의 수출경쟁력을 고스란히 까먹고 있는 이들 국가로서는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공동으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달러화 가치는 9월 1일 이후 유로화에 대해 8.4%, 엔화에 대해서는 6.1% 떨어졌다.

일본과 EU는 특히 지난달 중순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은 심각한 경상적자를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는 말의 배경을 의심하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 발언은 미국이 약 달러를 다분히 의도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

미국 통화정책을 주무르는 그린스펀 의장까지 팔을 걷어붙였다면 달러 약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기세 싸움=미국 일본 EU로부터 강력한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받고 있는 중국의 ‘버티기’도 만만치 않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말 라오스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국 중국일본’ 정상회의에서 “환율 조정은 중국 인민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정책”이라며 “당분간 환율을 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미국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을 내버려 두는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히려 미국을 공격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의 리뤄구(李若谷) 부총재도 지난달 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자국 문제를 왜 다른 나라로 돌리고 있는가”라고 쏘아붙였다.


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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