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유럽 ‘블루 크리스마스’…쇼핑 격감 상인들 울상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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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장이 이곳저곳에서 문을 열기 시작하면 유럽은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접어든다.

유럽 사람들에겐 시장에서 크리스마스 장식에 필요한 각종 물건을 구입하는 게 연례행사다. 지난달 28일 오스트리아 빈 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크리스마스 시장은 휴일을 맞아 가족 단위로 쇼핑을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트리 장식품, 인형, 장식용 초 등이 주요 구입 품목.

하지만 진열대 앞에 선 쇼핑객들은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할 뿐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상인들은 “예년에 비해 아직은 판매가 시원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뱅쇼(데운 포도주)를 손에 들고 한가롭게 거닐며 구경만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런 풍경이 말해주듯 올해 유럽의 상인들은 ‘블루(우울한)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다. 한 해 가장 큰 쇼핑 시즌임에도 경기가 좋지 않아 매출이 신통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지난달 30일 영국경제인연합회(CBI)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런던시내 중심가 소매점 가운데 12월 매출을 비관적으로 전망한 곳은 21%. 낙관한 소매점보다 9%포인트나 많다. 최근 10년 동안 비관이 낙관을 이렇게 ‘압도’한 적은 없었다.

더 타임스는 “올해는 소매점들에게 잔인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며 “매출 규모를 유지하려면 할인 판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난감 회사들은 경기침체에 어린이들의 선호도 변화까지 겹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140년 동안 장난감 전동기차를 만들어온 독일의 마에클린은 최근 400명을 해고했다. 전동기차는 크리스마스 때면 어린이용 선물로 가장 선호되던 품목이었지만 점점 비디오게임 같은 새로운 장난감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독일의 인형 메이커 자프는 지난해에 비해 세전 이익이 40%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 장난감으로 유명한 덴마크의 레고도 전례 없는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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