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철 소설집 '판문점' 뉴욕서 영문판 출판

  • 입력 2004년 11월 30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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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 대표적인 전쟁문학가인 이호철씨(72)의 한국전쟁 체험을 다룬 대표작 '남녘사람 북녘사람(영어제목 Southerners and Northerners)'과 분단현실을 다룬 13편의 단편을 묶은 '판문점'의 영어번역판이 30일 미국 뉴욕에서 나왔다.

이스트브리지 출판사가 펴낸 이 소설은 12월초순 서점에 공급된다.

폴란드,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 멕시코 등 6개국에서 번역 출간된 이씨의 작품이 영어로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 29일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역본이 노벨상의 꿈을 앞당기지 않겠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조심스럽고 쑥스럽죠.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을 받기 위해 설쳐대고 로비를 한다면 받을 것도 못받게 됩니다. 당장은 해외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뚜벅뚜벅 성실하게 (문학의 세계를) 갈 뿐입니다."

'판문점'의 번역자인 시어도어 휴스 컬럼비아대 교수(42)도 "미국 독자들이 한반도 상황을 이해하는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처럼 영역본을 통해 미국 대학의 교재로 채택되도록 하고 그 다음에 일반 대중에 알리는 것이 순서"라고 설명했다.

휴스 교수는 이씨 소설에 대해 "인성(人性)이라는 보편성과 함께 다채롭고 다양한 언어, 문체와 표현방식, 즉 특수성을 갖춘 뛰어난 작품"이라며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직접 겪은 이씨가 인간애를 그린 소설에 미국 독자들도 큰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소설을 전공하고 한국에 6년간 체류했던 휴스 교수의 번역에 대해 이씨는 "영문학자들에게 보여주니 '최고의 번역'이라고 하더라"라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고등학생으로 인민군에 징집됐다 포로가 되기도 했던 이씨는 이 경험을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으로 그려냈다. 또 단신 월남해 부산에서 부두노동과 제면소 직공 등을 전전한 경험을 당시 일기책을 토대로 '소시민'이라는 소설로 펼쳐놓았다.

1955년 단편소설 '탈향'으로 문단에 데뷔한지 50년을 앞두고 있는 그는 "내 작품세계는 '탈향'에서 시작했고 지금도 다루고 있는 주제인 '귀향'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며 "그것은 분단에서 통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문판 출판기념회는 30일 뉴욕을 시작으로 포틀랜드와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워싱턴 보스턴 등 미국 주요도시에서 내년 봄까지 이어진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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