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또 들썩… 러 최대 정유사 유코스 청산 직면

  • 입력 2004년 11월 2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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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석유생산 및 판매량의 20%를 차지하는 러시아 최대 정유회사 유코스가 다음달 청산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세계 석유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지금까지 30일분으로 확보해 오던 전략 비축유를 90일분으로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 석유시장은 또다시 수급불안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유코스, 청산으로 가는가=유코스는 다음달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기로 했다. 주총에서는 청산과 파산 신청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이며 현재로선 청산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코스가 스스로 간판을 내릴 지경이 된 것은 러시아 정부가 60억달러의 세금을 추가로 추징해 누적된 세금 부담이 모두 254억달러로 늘어났기 때문.

회사의 연간 순이익이 평균 30억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같은 규모의 세금 추징은 ‘회사 문을 닫으라’는 최후통첩과 같다는 게 유코스 경영진의 판단이다.

실제로 유코스를 바라보는 크렘린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러시아 당국은 최근 유코스의 알짜배기 자회사인 유간스크네프테가즈를 다음달 19일 매각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는 유코스 경영진이 ‘자폭(自爆) 결정’을 내리는 촉매제가 됐다. 유간스크네프테가즈는 유코스 석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다.

회사측이 발표한 ‘다음달 20일 중대 결정’은 당국의 체포를 피하기 위해 해외도피 중인 주요 경영진의 승인까지 받아 법률적 준비 절차를 마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유코스 주가가 휴지조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코스의 경영 위기는 창업주인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가 공공연히 야당 후보를 지원하는 등 정치적 야망을 드러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동을 거는 과정에서 촉발됐다.

▽석유 확보해두려는 중국=중국 정부가 전략비축유를 90일 분량으로 늘리기로 해 국제석유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이 26일 보도했다. 당초 중국은 3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석유 저장시설을 해안지역 4곳에 만들 계획이었다.

이처럼 전략비축유를 늘리려면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중국의 연간 석유소비량은 2억3000만t(2003년 기준)으로 이 중 4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다칭(大慶)유전 등 기존 대형 유전의 채유량이 줄어들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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