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메뚜기 습격…아라파트 저주?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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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빼앗긴 조국을 해방시킬 야망에 불타있던 청년 야세르 아라파트는 쿠웨이트에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모태가 된 무장조직 '알 파타'를 창설했다.

그리고 그해 이스라엘에는 대규모 메뚜기 떼가 날아들어 온 나라에 기근을 안겨주었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11일 미완의 포부를 남기고 숨진 뒤, 이스라엘은 45년 만에 다시금 최악의 메뚜기 떼 습격을 받았다.

수십억 마리로 추산되는 핑크색 메뚜기들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며 사전 준비 없던 이스라엘 농가들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었다.

길이가 10㎝나 되는 메뚜기들은 야자나무, 잔디, 생 울타리 등 눈에 녹색만 띄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무서운 식성을 보였다.

심지어 차로의 녹색신호등에도 무리로 내려 앉아 경찰들이 수신호로 차들을 안내하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놀라운 번식력 때문에 박멸도 쉽지 않아 추위가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추워지면 메뚜기 떼가 땅에 내려앉는데 이때 살충제를 쳐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주민들 중에는 이번 메뚜기 떼의 습격을 유대교 성서에 나오는 '애급의 10대 재앙'에 비유하며 불길한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성서에는 애급인들의 노예로 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선지자 모세가 애급에 10가지 재앙을 내렸는데 이 중 8번째 재앙이 메뚜기 재앙이라고 기록돼 있다.

거듭되는 재앙공세 끝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해방됐고 해방된 날을 기려 유대명절인 유월절이 생겨났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낸 땅에서, 그들의 해방투쟁에 직면해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메뚜기 재앙'의 의미가 더욱 남다르게 다가오는 것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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