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원이 외국인? 대만 교과서 파문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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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국부 쑨원(孫文) 선생은 외국인이라는 말인가?'

대만 교육부가 9일 쑨원을 대만 역사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고교 역사 교과과정 개편안을 발표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 중화권 언론들에 따르면 두정성(杜正勝) 대만 교육부장은 "2006년도부터 도입할 새 고교 역사 교과서를 대만사, 중국사, 세계사로 3등분해 별도로 교과 내용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중국사는 중국 태고에서부터 현 양안(兩岸) 대치 상황까지 8개 단원으로 나뉘어 기술된다. 이중 1911년 쑨원의 신해혁명을 포함한 중화민국사, 1919년 반제(反帝) 반봉건 운동인 5·4운동, 1931¤45년 중일전쟁 등은 제7단원, 중국 공산정권 수립 이후는 제8단원에 포함된다.

대만사는 원주민 시기, 일제 식민통치기, 1945년 광복 후 현재까지의 내용을 담게 된다.

문제는 두 교육부장이 교과 개편 내용을 발표하면서 "쑨원 선생이 1912년 중화민국을 건국할 당시 대만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대만은 역사적 관점에서 상호 관련이 없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대만사에서는 또 1951년 일본과 연합국간의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집중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 조약은 현 민진당 정권 인사들이 대만 독립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다.

1943년 카이로 선언이 대만을 당시 국민당 정권의 '중화민국'에 반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과 달리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은 '일본은 대만에 대한 모든 권리, 명의와 청구권을 포기한다'고만 돼있어 대만과 중국의 관계가 명확히 설정돼있지 않다.

교육부의 발표 직후 언론들과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들은 "쑨원 선생이 중국사의 국부(國父)라면 그가 외국인이란 말인가"라며 "대만 돈에는 모두 쑨 선생의 얼굴이 들어있는데 우리가 외국인을 화폐에 사용했단 말인가"고 비판했다.

야당도 대만 독립 추진 음모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당의 마잉주(馬英九) 타이베이(臺北) 시장은 "그런 논법이라면 국부인 쑨원 선생은 적국(敵國)의 국부가 된다"고 비난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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