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1만2000㎞ 도보횡단 佛올리비에씨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49분


35년간 기자 생활을 하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으로 실크로드 도보여행을 감행해 1만2000km 횡단에 성공한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베르나르 올리비에(66·사진)가 방한해 5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파리 마치’ ‘르 피가로’ 등 손꼽히는 프랑스 신문과 잡지에서 정치부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은퇴 후인 1999년 5월부터 2002년 5월까지 터키 이스탄불에서 중국의 시안(西安)까지 걸어서 횡단했다.

그는 “열아홉 살에 폐결핵에 걸린 후 건강해지려고 걷기에 나섰다”며 “마흔다섯 살 때 담배를 끊은 후에는 마라톤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실크로드 걷기에 나서기 전에도 파리에서 스페인 콤포스펠라까지 2300km 도보여행을 했다”며 “걷는 목적은 처음에는 ‘건강’ 때문이었으나 차츰 ‘성찰’로 바뀌어 갔다”고 말했다.

그는 “걷는 속도는 사람들을 만나고, 생각하기 좋은 속도”라며 “실크로드에서 만난 모든 이가 소중했지만 특히 내게 뱀을 선물로 준 초원의 아이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자신이 볼펜을 선물로 주고 길을 떠나자 뒤따라와 뱀을 답례로 줘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그는 여로의 체험을 메모해 틈틈이 파리로 우송했는데, 나중에 이들을 유려한 문체로 정리한 책 ‘나는 걷는다’를 펴냈으며 이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효형출판사가 번역 출판했다.

그는 실크로드 도보여행 후 불우 청소년 갱생사업을 펼치는 ‘쇠이유(문턱)협회’를 만들어 모든 인세를 이 협회를 위해 쓰고 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에게 형을 면하게 해주는 대가로 2500km 도보여행에 나서게 해 사람도 만나고, 성찰도 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들이 그냥 감옥에 있을 때는 정상이 되는 비율이 5%도 안 되지만, 도보여행에 나서면 60%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8일에는 경기 파주시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를 찾아 출판인들과 함께 심학산 걷기를 하고, 9일에는 경기 안산시의 대안학교인 ‘들꽃 피는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에게 강연한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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