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美 대선]美대선서 뜨고 지고…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42분



전 미국이 열병을 앓았던 2004년 대통령선거는 수많은 스타와 체면을 구긴 사람을 함께 만들어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가장 주가를 올린 것은 ‘공화당보다 더 공화당적인’ 폭스 뉴스. 대부분의 주요 신문과 방송이 ‘존 케리 후보 지지’를 선언했거나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지만 폭스 방송만은 친(親) 부시 방송의 면모를 감추지 않았다.

‘진실을 위한 순찰정 참전용사들’ 단체의 회장인 존 오닐도 부시 승리 기여도에선 밀리지 않는다. 이 단체는 민주당 존 케리 후보가 베트남전 영웅이 아니라 ‘동료들을 배신한 위선자’일 수 있다는 인상을 남기는 데 주력했다.

‘부시의 두뇌’로 불리는 칼 로브 백악관 수석정치고문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승리의 견인차. 그는 ‘존 오닐의 뒤에는 로브가 있다’는 일각의 의혹을 단호히 부인했다.

부시 저격수로 나선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는 저격에는 실패했지만 흥행엔 성공했다. 영화 ‘화씨 9/11’ 제작으로 2억달러(약 2300억원)를 챙겼고, 1회 강연료가 3만5000달러로 치솟았다.

정치 소재 코미디 프로를 진행하면서 단번에 명사로 떠오른 존 스튜어드도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 프로로 그는 우울한 미국인들을 위한 재담꾼이 됐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의 ‘말실수’가 단골 소재.

톰 들레이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정치적 실리를 챙겼다. 대선과 함께 실시된 의회 선거를 앞두고 텍사스주의 선거구를 뜯어고쳐 게리맨더링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결국 자신은 4선 의원이 됐고 4명의 민주당 현역의원을 떨어뜨렸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2008년 대선의 유력한 민주당 후보로 떠오르는 실익을 챙겼다. 만약 케리 후보가 당선됐다면 2012년까지 8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반(反) 부시 외곽단체에 재산 수백만달러를 쏟아 부었지만 부시 낙선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대통령선거 8전8패라는 진기록을 남긴 민주당 선거전략가 밥 슈럼의 주가도 하락했다.

힙합가수 ‘P. 디디’는 도시 청년층을 상대로 ‘투표하거나 죽거나(Vote or Die)’라는 구호를 앞세워 투표 참여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도시지역 20대 유권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하는 주 헌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11개 주에서 실시됐지만 모두 부결되면서 동성결혼 지원업체는 돈벌이 기회를 잃었다. 케리 후보 당선을 호언장담한 조그비 인터내셔널의 존 조그비 대표도 망신을 당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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