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부시 대통령의 필승비법

  • 입력 2004년 11월 5일 18시 42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것은 2000년 대선 직후부터 치밀한 필승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긴 결과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테러리즘을 선거의 핵심 주제로 선정한 것은 9·11테러 발생 4개월 뒤였다고 USA 투데이가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의 수석정치고문인 칼 로브는 2002년 1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공화당전국위원회 회의 때 테러리즘을 강력한 정치적 이슈로 지목했다는 것.

로브 고문은 “미국 국민은 공화당이 미국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미국을 보호하는 일을 더 잘한다고 믿는다”며 테러리즘 이슈를 밀어붙였다고 USA 투데이는 전했다.

로브 고문을 비롯한 켄 멜먼, 매튜 다우드, 캐런 휴즈 등 선거운동 4인방이 부시 대통령에게 정치적 인간적으로 헌신적인 사람들이었다는 점도 대선 승리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이들은 2000년 대선 당시 근소한 차로 승패가 갈린 18개 주의 공화당 지지 유권자 4000만명을 파악해 집중 공략했을 정도로 구체적이며 조직적인 선거전략을 구사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 4년 동안 매주 부시 대통령 보좌관들과 젭 부시 주지사가 전화회의를 가졌고 장관들이 수시로 방문한 것은 물론 현지 관심사항을 백악관이 직접 챙겼을 정도.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가 됐던 오하이오주에서의 승리 역시 88개 카운티에 책임자를 임명하고 유권자들을 정밀 분석해 투표 참여를 설득하는 등 큰 공을 들인 결과였다.

TV광고의 경우 도시별로 방영되는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시청자가 많이 보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냈을 정도였다.

또 시사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는 15일자 최신호에서 부시 대통령 참모진이 두뇌싸움과 선거전략 전반에서 존 케리 민주당 후보 진영보다 한 수 위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시 진영은 이라크전쟁, 대테러전쟁, 오사마 빈 라덴 체포 실패 문제가 제기될 때 마다 케리 후보에게 미끼를 던진 뒤 스스로 덫에 걸려 들게 만들었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부시 대통령 지지로 끌어들이는 데서도 한 수 위였다는 것.

케리 후보가 당초 이라크전쟁에 찬성했다가 나중에 이를 맹비난하자 “케리 후보는 변덕쟁이”라며 집중 공격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것이 단적인 예.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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