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재선 유력]다시 드러난 美대선 문제점

  • 입력 2004년 11월 3일 18시 29분


선거 당일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승부만큼이나 미국 선거제도 자체도 일관된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 다시 문제점을 드러냈다.

미국엔 한국처럼 모든 선거 방식을 자세하게 밝혀놓은 ‘통합선거법’이 없음은 물론이고 지역마다 서로 다른 투개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간접선거 방식=1787년 채택된 미국 헌법에서 ‘광활한 영토’와 ‘통신의 불편’을 이유로 간접선거를 규정한 이후, 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특정후보 지지를 선언한 인사를 선거인단으로 선출한다. 엄밀히 말해 2일 미국인들이 뽑은 것은 선거인단이었다.

▽‘승자독점(Winner Takes All)’ 제도=각 주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그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독점하는 제도다. 이 제도 때문에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총득표 수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는 27표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에서 법정소송 끝에 불과 1000여표 차로 이기고도 27표의 선거인단을 독식했다.

선거인단 운용방식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선거인단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권자 등록제도=미 국민은 스스로 유권자로 등록해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대선 투표율이 통상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에 불과한 것도 이 제도 탓이 크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유권자 등록기간이 지나면 투표할 수 없다. 시종일관 박빙이었던 이번 선거전에서 양측은 지지자들의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는 데 천문학적 규모의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했다.

▽복잡한 투표방식=투표방식도 대략 7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다. 많은 주가 2000년 플로리다에서 문제가 됐던 펀치카드 방식 대신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재검표가 필요한 때 확인이 어려운 데다 해킹이나 프로그램 조작이 가능하다는 논란이 있다. 더구나 오하이오는 펀치카드 방식이 70%나 된다.

▽서로 다른 투표시기=선거일 이전에 다양한 방식으로 미리 투표할 수 있다. 부재자투표, 잠정투표, 조기투표 등이다. 민주당이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패배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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