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선 ‘婦風’…유셴코 부인 美국적이유 첩자로 몰려

  • 입력 2004년 11월 2일 17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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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센코 후보(왼쪽)와 추마첸코 여사.
유센코 후보(왼쪽)와 추마첸코 여사.
“대통령 되려고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21일 2차 투표를 앞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빅토르 유셴코 전 총리(50)가 미국 국적의 부인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당초 당선이 유력했으나 지난달 31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39.15%를 얻는 데 그쳐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40.1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 모두 과반수를 얻지 못해 2차 투표에서 재대결을 벌인다.

그러나 유셴코 후보는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로 역전 가능성도 있지만 상대 후보들이 부인인 캐서린 추마첸코 여사(43)의 국적과 전력을 물고 늘어지면서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대 후보들은 추마첸코 여사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간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CIA의 밀명을 받고 유셴코 후보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결혼까지 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 부인이 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식민지나 다름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유셴코 후보측은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이라며 억울해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이민의 후예로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조지타운대를 나온 추마첸코 여사는 미 국무부와 백악관, 재무부에서 일했지만 CIA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한다.

그는 1991년 고국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1993년 당시 중앙은행 총재이던 유셴코 후보를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것도 의혹을 부추겼다. 선거 직전 서둘러 우크라이나 국적을 신청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결국 자녀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 선거 기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고초를 겪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유셴코 후보는 탈진해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공방은 친미와 친러시아 세력간의 이념논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유셴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표심은 동서로 양분되어 있다. 1차 투표에서 러시아와 인접한 동부지역은 야누코비치 후보에게, 유럽과 가까운 서부지역은 유셴코 후보에 몰표를 던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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