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감백신 달라” 아우성…英제품 수입금지후 품귀사태

  • 입력 2004년 10월 17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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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의 급격한 공급 감소로 미국 내 백신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한 시민이 16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한 의학잡지는 영국 리버풀 공장이 세균 감염을 이유로 백신 생산을 중단해 벌어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 당국은 소수공급자로 제한했던 백신 제조허가권 부여를 다른 업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샌프란시스코=로이터 뉴시스
독감백신의 급격한 공급 감소로 미국 내 백신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한 시민이 16일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받았다. 한 의학잡지는 영국 리버풀 공장이 세균 감염을 이유로 백신 생산을 중단해 벌어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 당국은 소수공급자로 제한했던 백신 제조허가권 부여를 다른 업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샌프란시스코=로이터 뉴시스
“독감백신 주사 맞는 것이 복권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다.”

15일 미국 뉴욕의 한 보건소 앞에서 독감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던 70대 노인은 이렇게 불평했다.

미국 제약회사 카이론이 영국에서 제조한 백신이 세균 감염을 이유로 수입이 금지되면서 미 전역에서 백신 품귀 현상이 빚어졌기 때문.

뉴저지주 사우스브룬스윅에서는 오전 9시 예방접종 계획이 발표되자 이날 오전 2시부터 줄을 서기 시작해 오전 6시경엔 대기자가 200명 이상이 됐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13일 캘리포니아주 라피엣의 79세 여성이 주사를 맞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15일부터는 대기자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주고 해산시키고 있다. 그래도 곳곳에서 탈진하는 노인이 늘어가고 있다.

코네티컷주에서는 품귀를 틈타 백신주사 값을 올려 받는 얌체 의사들을 엄히 처벌하기 위해 ‘백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달러짜리 주사에 100달러를 요구했다는 등 6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뉴욕주도 처벌 법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의 조슈아 립스만 보건소장은 “주민 보건의 최대 위기”라면서 “백신이 제대로 공급돼도 미국에서 매년 3만5000~4만명이 독감으로 사망하는데 올겨울엔 더 심각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렇지만 백신의 추가 공급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뉴욕시 토머스 프리덴 보건국장은 “올겨울엔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수 없다”면서 “2~64세의 건강한 사람은 올해는 접종을 받지 말고 의료진도 위급한 사람에게만 접종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의사들은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환자와 접촉을 피하라. 재채기와 기침에 쏘이지 말라. 손을 자주 씻고 아프면 집에서 쉬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이 와중에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 진영은 TV 광고를 통해 “3년 전 의료 전문가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독감백신 품귀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으며 이제 와서 캐나다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노인들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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