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할다르, 가정부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 입력 2004년 9월 21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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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역정을 다룬 소설 ‘알로 안다리’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대열에 오른 가정부 출신의 바비 할다르. -사진제공 BBC
자신의 인생역정을 다룬 소설 ‘알로 안다리’로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대열에 오른 가정부 출신의 바비 할다르. -사진제공 BBC
“가정부였던 내게 어느 날 모든 사람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어요.”

어렵게 세 아이를 기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인도의 한 여성이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조앤 롤링처럼 베스트셀러 작가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뉴델리에서 가정부로 일하던 바비 할다르(30)는 지금은 창조적인 열정을 가진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인도어로 쓴 그의 첫 번째 작품 ‘알로 안다리(빛과 어둠)’가 지난해 출판된 이후 3판까지 인쇄됐다. 이제 그의 손에는 빗자루와 걸레 대신 펜이 쥐어져 있다.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자신을 학대하던 남편을 떠나 뉴델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그는 인도 문학 최고 권위자인 프렘 찬드의 손자 프라보드 쿠마르 교수 집에서 가정부로 일했다.

쿠마르 교수는 자신의 서가에서 책을 손에 잡곤 하던 할다르에게 관심을 갖고 그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그리고 지나온 삶을 글로 써보라고 권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한 할다르가 20년 만에 펜을 잡은 것은 자신이 뛰쳐나왔던 과거와 마주치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는 하루 일과를 마친 뒤 밤늦게까지 글쓰기를 계속했다.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던 아버지, 달아난 어머니, 겨우 13세이던 자신의 나이를 두 배나 많은 것처럼 속이고 결혼시킨 계모 등. 아픈 과거를 고스란히 담은 소설이 완성되자 쿠마르 교수가 출판을 도왔다.

할다르의 삶과 책은 인도 신문과 TV의 주요 화제가 됐다. 외국어로 번역하거나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할다르는 “나는 가정부일 뿐”이라며 “내 인생 얘기가 왜 이렇게 큰 반향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물론 바뀐 것도 있다. 그는 “엄마를 창피하게 생각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우리 엄마는 작가’라며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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