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질극]인질극 사전준비 치밀…보초견까지 2마리 대동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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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진압된 러시아 남부 북오세티야공화국 베슬란 제1공립학교 인질사태는 치밀한 사전준비 속에 저질러졌음이 드러나고 있다.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5일 인질범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만든 위장복에 가스 마스크와 휴대용 라디오 통신장비 등 최신 장비를 갖고 있었으며 이들은 보초견 2마리까지 데리고 현장에 침입할 정도로 잘 훈련되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인질범들은 학교 건물을 장악하자마자 도서관 나무바닥 2개를 지렛대로 들어올려 바리케이드로 사용했다. 또 인질을 동원해 재빨리 학교 주변에 폭발물과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러시아 군경과의 대치 준비를 마쳤다. 인질범들의 준비는 치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학교가 올여름 수리되는 동안 각종 무기와 장비를 미리 학교 곳곳에 숨겨 놓았던 것.

인질범들은 학교로 통하는 모든 접근로에 저격수를 배치하고 부비트랩을 설치했다.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대변인은 “인질범들은 학교 구석구석을 마치 자신들의 뒷마당처럼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인질극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인질범들이 외부에 있는 동조자를 통해 외부 상황을 전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수십명의 인질범들이 국경을 통과해 무사히 베슬란 시내까지 잠입할 수 있었던 것도 경찰 내부 공모자와의 협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공안기구의 부패가 이번 사고의 원인”이라고 지적한 점이나 사고 직후 북오세티야공화국 내무장관이 사임한 것도 이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이그나첸코 대변인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사건 이후 반군은 경험을 축적해 완전히 프로가 됐다”고 우려했다. 카네기재단 모스크바 센터의 알렉세이 말라셴코도 “반군은 이번 사태로 러시아 전역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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