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질극]러시아 관영TV는 연속극 방영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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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어머니들이 자식의 생사에 애태우던 시간에 TV에서는 ‘사랑에 빠진 여인’이라는 연속극이 나오고 있었다.”

총격전이 시작된 후 1시간 가까이 사건 발생 소식조차 전하지 않고 침묵한 러시아 관영방송에 대한 분노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러시아 방송(RTV)과 1TV는 전 세계가 경악 속에 현장에 이목을 집중하고 외국 방송들이 생방송으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을 때 태연히 정규방송을 계속했다.

두 방송은 사건 발생 1시간이 지난 오후 2시 정규뉴스 시간에야 처음으로 총격전 발생 소식을 전했다. 그나마 “우발적으로 총격이 일어났다”며 간단한 뉴스를 내보낸 후 다시 영화를 방영했다.

세계가 보고 있는 끔찍한 비극을 대부분의 러시아 시청자들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방송사들은 “현장 생중계가 진압작전을 방해할 것을 우려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당국의 일방적인 발표만 전할 뿐 ‘진실 규명’에는 소극적이다.

두 관영방송은 총선과 대선 때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 보도로 물의를 빚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은 “2002년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태를 계기로 관영방송의 정부 눈치 보기가 심각해졌다”고 비판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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