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州지사의 커밍아웃’…美뉴저지 맥그리비, 동성애 상대는 보좌관

  • 입력 2004년 8월 13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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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맥그리비 미국 뉴저지 주지사(47·민주)가 자신과 관계한 동성애자로부터 폭로 협박을 받던 끝에 12일(현지시간) 동성애 사실을 고백한 뒤 사임을 발표했다. 맥그리비 주지사의 이 같은 동성애 혼외정사 고백은 민주당 존 케리 후보의 대선가도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맥그리비 주지사는 이날 오후 TV와의 생중계 회견에서 “나는 게이고 다른 남자와 혼외 관계를 맺어 왔으며 이는 용서받을 수 없는 바보 같은 짓으로 결혼생활의 의무를 해쳤다”고 고백했다. 맥그리비 주지사는 전처 및 현 부인과의 사이에 딸 하나씩을 두고 있다.

둘째 부인과 기자회견장에 나란히 나온 맥그리비 주지사는 또 “그동안 나의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왔으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11월 15일 사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기가 2006년 1월까지인 그의 사임이 받아들여질 경우 주 법에 따라 리처드 코디 상원의장(공화)이 잔여임기 동안 주지사를 대행하게 되며 9월 13일 이전에 사임처리가 되면 2개월 내에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

동성애 상대자 시펠

맥그리비 주지사의 사임 발표에 일부 주민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는데 동성애 문제로 사임할 일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한 동성애 단체는 “동성애자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산 증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의 사임을 몰고 온 동성애 상대자는 이스라엘 출신 시인인 골란 시펠(33)로 알려졌다. 시펠씨는 주정부에서 연봉 11만달러를 받는 맥그리비 주지사의 안보담당 보좌관으로 재직하다가 안보 관련 경력이 없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일자 다른 자리로 옮겼다.

그 뒤 시펠씨는 맥그리비 주지사에게 수주 전부터 거액을 요구하며 ‘동성애 사실을 폭로하고 성추행 혐의로 소송을 내겠다’고 협박해 왔다고 주지사 측근이 전했다. 일부 언론은 시펠씨가 요구한 금액이 수백만달러라고 보도했다.

맥그리비 주지사는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직후인 1982년 지역정치에 뛰어들어 시장, 주상원의원 등을 지냈으며 2001년 주지사에 당선되자 민주당의 떠오르는 차세대 지도자 중 한명으로 꼽히기도 했다.

특히 그는 주민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대신 부자들이나 카지노, 담배에 세금을 더 물려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일반 주민들의 재산세를 되돌려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미국에서 고위공직자로서 동성애 사실을 ‘커밍아웃’한 경우는 1983년 연방하원의원 게리 스터즈(민주)가 처음이었다.

한편 민주당원인 그의 사임 발표로 민주당의 케리 후보는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공화당과 보수층 유권자들이 맥그리비 주지사 사건을 계기로 동성애자의 권리를 지지해 온 민주당의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것처럼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동성애자의 혼인권을 인정하려는 진보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는 있지만 이에 반대하는 보수적 여론이 훨씬 강하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11일 4000명의 동성애자간 결혼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으며 미주리주 유권자들도 이달 초 동성애자 사이의 결혼을 금지하려는 주 법안 개정안에 찬성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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