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A쇼크]감기약 피해자 집단소송 내기로

  • 입력 2004년 8월 9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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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닐프로판올아민(PPA)을 복용한 한국인들이 이 약품을 한국에 팔면서 로열티를 챙긴 미국의 제약업체들을 상대로 국제 소송을 낸다.

법무법인 대륙(공동 대표 함승희·咸承熙 등)은 PPA 성분이 함유된 다이어트 제품과 감기약 등을 복용한 30대 여성과 40대 남성 등 3명을 대리해 이 약의 제조사인 다국적 제약회사 그락소스미스클라인 등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회사들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대해서는 빠르면 10일 국내 법원에 소송을 낼 것이라고 대륙은 덧붙였다.

▽소송의 쟁점=미국에서의 소송을 준비 중인 리처드 리 변호사(미국 뉴욕주)는 “미국 내에서 PPA 함유 감기약 등의 판매를 중단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국내 제약회사들과 제휴해 로열티를 받고 이 약품을 대량 판매해 왔다”며 “따라서 국내 피해자는 해당 미국 제약회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 변호사는 피해자들이 받은 실제 손해 외에 ‘징벌적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의 쟁점은 △제약회사의 불법 행위 여부 △원고의 피해 여부 △불법 행위와 피해의 인과관계 등이다. 대륙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판매 중지를 권고한 PPA 성분을 국내에 시판토록 한 것 자체가 제약회사의 불법 행위라고 보고 있다. 피해 여부와 관련해 대륙은 최근 건강검진의 모든 항목에서 정상이었으나 PPA 복용 뒤 뇌장애로 쓰러진 60대 여성의 경우를 주목하고 있다. 함 변호사는 “현재 소송을 의뢰한 피해자 외에도 더 많은 소비자와 피해자들이 국내 및 국제소송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원고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KAL 괌 참사 소송과 비슷=이 소송은 대륙이 소송대리했던 1997년 대한항공 801편 괌 추락사고 국제소송에 이어 두 번째의 대규모 국제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200여명에 이르는 피해자 중 대다수는 대한항공과 합의해 2억원 내외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일부 생존자와 유족들은 합의를 거부하고 사고지인 괌의 관제소를 관할하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1998년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원고 9명은 2000년 5월 미국 정부로부터 1인당 100만∼600만달러씩 총 3700여만달러(약 426억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美 소송 2명 690억원 배상

▽소송 전망=승소할 경우 피해배상 액수는 상상을 넘는 거액이 될 가능성이 많다.

최근 미국에서는 피해자 2명이 PPA 함유 다이어트 제품을 판매한 미국의 채템 등 다국적 제약회사를 상대로 2001년 10월 소송을 제기해 최근 6000만달러(약 690억원)의 배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PPA 함유 약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미국 내에서 현재 2500여건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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