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自爆테러가 온다” 뉴욕 초긴장…비상계엄 방불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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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은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비상계엄’을 방불케 했다.

의회 주변도로가 폐쇄되고 경찰은 시내를 달리는 트럭을 수시로 세워 뒷문을 열어보았다.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고 뉴욕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주변은 아예 트럭 통행이 금지됐다. 모두가 트럭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 경고 때문이다.

이날 아침 대형 성조기가 내걸린 뉴욕증권거래소(NYSE) 입구엔 긴 줄이 쳐졌다. 검은 철모에 검은 선글라스, 검은 제복을 입은 무장경찰 옆에서 경비직원들이 출입자의 신분을 확인하는 보안(保安)라인이다.

NYSE 앞길은 9·11테러로 세계무역센터(WTC) 빌딩이 무너진 뒤 트럭은 물론 일반 차량의 통행까지 제한된 곳. 여기에 더해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직원들을 한 번 더 검문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빌딩 앞에서 존 테인 NYSE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는 문을 열고 업무를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거래 시작 종을 울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뉴욕은 테러범들에게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가 NYSE 빌딩과 함께 잠재적 테러 대상으로 발표한 맨해튼 미드타운의 59층짜리 씨티그룹 빌딩도 경비가 삼엄하다.

출입자들은 신분증을 제시해도 일일이 가방을 열어 보여야 한다.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두 딸과 함께 이곳을 방문해 “일하러 나온 분들께 감사한다”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달 30일부터 9월 2일까지 맨해튼에서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테러대응 경비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수도 워싱턴도 비상이다. 의회로 통하는 도로는 당초 발표보다 하루 앞당겨진 2일 저녁부터 폐쇄됐으며 중무장한 경찰이 시내 14곳의 검문소에 배치됐다. 이로 인해 교통체증이 빚어지면서 시당국조차 지나치다고 경찰을 비난할 정도.

경찰은 지하철역에서 폭발물 탐지견과 함께 순찰을 돌고 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빌딩 앞에서는 경비원들이 방문차량의 바닥까지 검색하고 있다. 찰스 램지 워싱턴시 경찰국장은 이런 테러방지 조치가 11월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테러 공격에 대비한 안전장구도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 방호용품 판매업체 ‘세이퍼 아메리카’측은 “지난 주말 인터넷 주문이 5배가량 늘었다”면서 씨티그룹 등과 상담 중이라고 했다. 일명 ‘더러운 폭탄’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신형 방독면과 고층건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낙하산, 비상용품 세트 등이 인기 품목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 “이번 테러 정보는 지금까지의 정보보다 훨씬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 타임스는 “3, 4년 묵은 정보로 테러의 구체적 증거는 확보되지 않았다”는 정보당국자의 말을 보도해 미 정부의 과잉대응 논란을 유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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