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민병대 잔혹행위… 생지옥 따로 없다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05분


《“잔자위드 대원 6명이 17세 소녀를 돌아가며 욕보였다. 그것도 엄마가 보는 앞에서…. 몸부림치는 그녀의 남동생은 쇠사슬에 묶인 채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졌다.” 아프리카 수단 정부의 지원을 받는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의 잔악 행위가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다. 민병대는 반군인 수단해방군(SLA) 토벌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SLA는 수단 정부가 아랍계를 감싸고 기독교와 토착종교를 믿는 흑인들을 ‘인종청소’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싸움은 내전으로 비화된 상태다.》

▽생지옥이 따로 없다=국제앰네스티가 차드의 수용소에 있는 수단 난민을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보고서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 자체다.

12세 소녀를 10일 동안 끌고 다니며 성폭행하는가 하면, 도망치지 못하게 다리를 부러뜨리고 임신부와 8세 어린이까지 강간했다.

한 여성은 “6일 동안 매일 당하고 간신히 풀려나왔지만 남편은 나를 용서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민병대원들이 집단 성폭행했다. 그들은 콧노래까지 불렀다”고 증언했다.

아부 지다드의 한 마을 사원에서는 집회 중인 주민 65명을 무차별 학살했다. 마을에 불을 지르고 시신은 우물에 던졌다. 헬기와 전투기는 반군과 양민을 가리지 않고 폭격했다.

다르푸르에서는 현재 3만∼5만명이 사망했으며 100만∼120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고 국제앰네스티는 전했다.

▽확산되는 기아(飢餓)와 전염병=주민들은 민병대를 피해 차드 등 국경지역으로 도망치고 있다. 하지만 죽음의 위협은 여전하다. 식량과 물이 절대 부족한 데다 비 온 뒤 생긴 웅덩이에서 물을 떠먹는 등 위생상태가 ‘제로’이기 때문.

‘국경 없는 의사회’의 한 의사는 “콜레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기적”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물을 구하러 나갔다가는 민병대원에게 납치, 살해되기 일쑤다.

어린이들은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거대한 난민촌이 생긴 모르네이에선 하루 10명 이상의 어린이가 굶주림과 질병으로 숨진다.

자원봉사자 웨스터빅은 BBC 사이트에 올린 일기에서 “난민촌에 사는 소년 오스만(16)의 팔뚝 둘레는 13.4cm로 5세 어린이와 같다”며 “이곳 어린이 80% 이상이 영양실조 기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참혹하게 죽느니 차라리 이곳에서 병으로 죽겠다”고 말하고 있다.

▽꿈은 이뤄질까=유니세프 등 각종 지원단체들이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국제케어기구(CARE)는 고즈 아메르 등 3곳에 2만2000명이 수용되어 있지만 포화상태를 넘었다고 밝혔다. 12만명이 몰린 차드의 수용소도 마찬가지. 6000명 규모로 만들어진 이곳은 난민이 밀려들자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차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인 오스만(19)은 “생사를 알 수 없는 부모님을 만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문제를 수습해야 할 수단 정부는 “다르푸르 상황이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면서 사태를 축소하기에 급급할 뿐이다.

■수단 다르푸르 사태 일지

2003. 2 수단해방군(SLA), 정부 군을 공격. 이후 정의평등 운동(JEM)도 저항 가세

2003. 3 수단정부, 무력 사용 결정. 친정부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주도

2004. 4 반군과 정부, 45일간 휴전 합의

2004. 5 휴전 연장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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