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모두 서방 탓”…우크라 대통령과 회담

  • 입력 2004년 7월 2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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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와 첩보기관들이 국제경쟁에서 러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이 26일 ‘옛 소련식 어법’으로 서방을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흑해 연안의 휴양지 얄타에서 레오니트 쿠치마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양국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방의 ‘첩자’들이 우리의 통합도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측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통합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걸으며 서방과의 마찰을 피해온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례적인 것이다. 그는 “서방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언론까지도 러시아의 국가경쟁력 약화와 이미지 훼손을 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그의 발언은 옛 소련 시절 “제국주의자들이 사회주의 조국의 붕괴를 획책하고 있다”며 국내 문제를 ‘서방의 음모’ 탓으로 몰아붙이던 것을 연상시킨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언론 상황과 ‘유코스 사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대 정유사인 유코스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은 시장경제 원칙의 후퇴라는 우려가 크다.

평소 언행이 신중한 푸틴 대통령이 거칠게 서방측을 비난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러한 서방의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옛 소련 국가들의 단합을 강조하기 위한 ‘내부용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부 옛 소련 국가들은 최근 러시아를 중심으로 다시 모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탈러시아 친서방’ 정책을 펴온 우크라이나도 이날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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