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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4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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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홍보 대중외교 강화”▼
“할 일은 태산 같은데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미국 대사관 인력은 1000명에 불과하다. 이라크 주재 대사관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외교협회가 발간하는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제임스 호지 편집장은 7·8월호 칼럼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5만명이 넘는 데 비해 중국에서 공부하는 미국 학생 수는 수천명에 불과하다”며 “아시아 지역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외교 인력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정치의 중심이 서구에서 아시아로 옮아가고 있는데도 아시아인들에게 ‘미국의 진면목’을 알릴 ‘대중외교’ 전략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는 개탄이었다.
그는 아랍에 대해서도 같은 지적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알 후라’ 위성TV 방송국을 설립했지만 그 정도로는 이슬람의 반미정서를 헤쳐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랍어를 할 수 있는 인력 증원, 도서관 및 문화센터 확장, 교환프로그램 확대 등 보다 적극적인 대중외교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세계적인 반미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외교정책 변화와 함께 대중외교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 척 헤이글 상원의원(네브래스카주)도 ‘포린 어페어스’ 같은 호 기고문에서 “미국 외교정책에 대한 (외국의) 불만과 의혹은 ‘테러와의 전쟁’과 ‘확대 중동구상’을 위한 미국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주재국에 더 많은 홍보인력을 파견해 더 많은 현지인들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을 파악한 뒤 이를 대중외교 전략과 조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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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앞세워 아랍개혁”▼
영어가 아랍 세계에 미국식 가치를 심는 선봉으로 떠올랐다.
9·11테러 후 미 행정부 내에는 이슬람교가 아랍인을 호전적으로 만든다는 문제의식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이슬람교의 근저에는 아랍어가 자리한 만큼 영어 사용자가 늘어나면 서구의 민주주의적 가치가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게 됐다. 아랍어에 맞설 무기로 영어를 전진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언어 전쟁’의 사령탑은 미 국무부가 맡았다.
국무부는 영어프로그램사무국(OELP)을 통해 중동에 영어를 확산시킨다. 중동지역 미 대사관과 영사관은 영어교과서 제작, 영어교수법 교육 등을 지원한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년부터 핵심과목에 아랍어와 수학 외에 영어를 추가하기로 했다. 요르단 시리아 예멘 등은 이미 자체 영어교수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알 자지라TV와의 인터뷰에서 “중동의 개혁이 성공하려면 투쟁적 성향을 고취하는 교육과정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1980년대 구소련에 점령당한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의 이념을 담은 교과서를 아프간 언어로 만들어 배포함으로써 소련에 저항하는 이슬람 전사들을 길러내는 데 성공했었다. 그러나 의도를 담은 영어교육이 장차 아랍세계를 붕괴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압 알라 오카시 쿠웨이트 국회의원은 지난해 12월 정부가 교과서를 미국식으로 개편하려 하자 “학생들에게 미국이라는 새 종교를 가르치려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8년 동안 영어를 가르쳐 온 아랍에미리트의 소하일 카르마니는 “9·11테러범들은 대부분 영어에 능통하다”면서 “영어를 배운다고 미국식 가치가 주입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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